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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산상봉 결산] 8·25합의 실천 의의…상봉 정례화·당국회담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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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눈물바다 된 작별상봉장…98세 아버지, 코트 벗어 北아들에 입혀
8·25합의 중 당국회담만 남아…군사적 긴장 돌발변수 완화 등 숙제


[이산상봉 결산] 8·25합의 실천 의의…상봉 정례화·당국회담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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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산=공동취재단·아시아경제 김동선 기자]1년8개월여만에 재개된 제20차 남북 이산가족 상봉이 오늘(26일) 오전 작별상봉을 끝으로 마무리됐다. 남북 이산가족들은 이날 오전 9시30분(북한시간 오전 9시)부터 2시간동안 진행된 작별상봉을 갖고 눈물을 흘리며 다시 기약없는 이별을 했다.
두 차례에 걸쳐 각 2박3일간 진행된 이번 상봉에서는 총 186가족 981명의 남북 이산가족들이 60여년만의 회포를 풀었다.

지난 20~22일간 진행된 1차 상봉에서는 우리측 398명, 북측 141명 등 남북 96가족이 만났으며 24~26일간 진행된 2차 상봉에서는 우리측 254명, 북측 188명 등 남북 90가족이 60여년만의 재회를 했다.

◆눈물바다 된 작별상봉= 마지막날인 26일 작별상봉이 열린 금강산호텔 2층 연회장은 눈물바다였다. 전날 건강악화로 단체상봉에 참석하지 못했던 최고령자 중 한 명인 이석주(98) 할아버지는 이날 작별상봉장에서 북측 아들 리동욱(70)씨에게 "코트 주고 싶어"라며 자신이 입고 있던 검은색 코트를 힘겹게 벗어서 아들에게 입혔다. 아버지와 키가 비슷해 옷이 딱 맞은 동욱씨는 "아버지, 130세까지 살아야지. 나는 100살까지 살게"라고 말을 건넸고 백수(百壽)를 앞둔 아버지는 영영 이별을 직감한듯 "말은 고맙지만 그렇게까지 될지 모르겠다"고 말해 숙연케 했다.
일부 가족은 감정이 복받혀 울부짖기도 했다. 북측 형 배상만(65)씨의 남측 동생 배상석씨는 "(또) 만나게 해주세요. 서로 편지 주고받게 해주세요"라고 소리를 지리기도 했다. 상만씨의 여동생 배순옥(55)씨는 상만씨의 딸 은희씨에게 "고모가 선물 줄게. 우리는 많아"라며 반지와 목걸이를 건넸다.

전날 단체상봉에서는 북녘에 두고온 맏아들을 65년간 그리워했던 김월순(93) 할머니가 치매에 걸린 탓에 눈 앞에 장남 주재은(72)씨를 두고도 "이이가 누구야?"라고 계속 되물어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또 1972년 서해상에서 조업중 납북된 오대양호 선원 정건목(64)씨가 43년만에 남측 어머니 이복순(88)씨를 만나 재회의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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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5합의 조항 실천 의의= 이번 상봉은 우선 지난 8월 북한의 지뢰도발로 한반도에 군사적 긴장이 고조된 가운데 타결됐던 8·25합의 사항을 이행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남북은 당시 공동보도문 5항에서 추석을 계기로 이산가족 상봉을 하기로 합의하고 두달간 준비를 거쳐 실천에 옮겼다. 지난 8월 남북이 합의한 6개 조항 중 지뢰폭발에 대한 북측의 유감 표명, 남측의 확성기 방송 중단, 북측의 준전시상태 해제는 즉시 실천됐다.

또 박근혜 정부 들어 두번째 열린 이번 상봉은 남북 적십자사 수장이 모두 교체된 가운데 열린 첫 이산 상봉이라는 점도 주목된다. 북한은 이번 상봉 직전에 적십자중앙위원회 위원장을 리충복으로 전격 교체했다. 리 위원장은 이산가족 문제와 남북 교류 등에 오랜 기간 몸담은 실무형 인물로 평가되고 있다.

특히 리 위원장은 지난 24일 금강산호텔에서 열린 북측 주최 환영만찬 직후 취재단에게 "이번 상봉 행사가 끝나면 (남측과) 상시 접촉과 편지 교환 등 이산가족 관련 문제들을 협의할 생각"이라고 밝혀 향후 이산가족 문제에 긍정적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평가된다.

◆상봉 정례화·당국회담 이어질까= 하지만 이산가족이 갈수록 고령화되고 있어 이산상봉의 정례화가 절실하지만 아직 갈 길은 멀다. 정부 이산가족정보통합시스템에 등록된 13만여명의 이산가족 찾기 신청자 중 생존자는 절반 가량인 6만6488명이며 이중 80세 이상이 53.9%(3만5844명)에 달한다. 실제 이번 상봉도 애초에 남북 각 100가족씩 총 200가족의 상봉으로 계획됐으나 직계 가족의 사망과 고령에 따른 건강 악화로 상봉을 포기한 가족도 있어 실제 상봉은 186가족에 머물렀다.

이산가족 상봉이 마무리되면서 8·25합의에서 장기적 민간교류 활성화를 제외하고는 남북 당국회담만 남게 됐다. 따라서 남북 모두 이번 상봉행사에 대해 어떤 평가를 내리고 이를 바탕으로 당국회담으로 연결시킬 지 주목된다. 그러나 아직 당국회담의 진도는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또 2차 상봉이 진행되는 와중에 북한 경비정의 NLL 침범에 따른 우리 군의 경고사격에 북한은 책을 우리측에 전가하며 8·25합의 이전으로 되돌아갈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이산가족 문제를 비롯한 남북한 교류에서 군사적 긴장이라는 돌발 변수를 어떻게 완화시키느냐는 당국이 풀어야 할 숙제다.

아울러 북측이 이산 상봉을 취재하던 남측 기자들의 노트북을 전수조사하고 일부를 일시 압류하거나 상봉 현장의 취재를 방해하는 행위 등을 이번 상봉에서 오점으로 남았다.




김동선 기자 matthew@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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