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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에서]기업집단 지배구조 개선의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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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수 연세대 경영학 교수

김창수 연세대 경영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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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비율과 관련한 엘리엇매니지먼트의 주장이나 롯데그룹의 형제 간 분쟁은 비정상적인 기업지배구조 때문에 발생한 것이다. 기업지배구조는 누가 기업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는가와 관련된 매우 포괄적인 개념이다. 정치적 의사결정은 만인이 평등하기 때문에 1인 1표 원칙이 적용되지만 경제적 의사결정은 투자를 많이 한 사람의 의결권이 더 많은 구조가 적용된다. 대주주와 소액주주의 의견이 다를 때는 당연히 투자를 많이 한 대주주의 의견이 더 강하게 반영되는 것이 합당하다.

그러나 한국 기업집단의 경우는 이렇게 단순화해 지배구조문제를 접근하기 어렵다. 이유는 총수 일가가 피라미드 구조 또는 순환출자 형태로 매우 적은 규모의 지분으로 대다수 주주들의 이익을 좌지우지하기 때문이다. 이는 공정한 경쟁구조가 아니므로 규제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
삼성물산과 엘리엇 사태를 보면, 명분이야 주주가치를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지만 엘리엇은 외국계 헤지펀드이기 때문에 자본시장에서 시세차익을 얻는 것이 목적이다. 재벌기업집단의 주요기업을 장악하면 전체 기업집단을 지배할 수 있기 때문에 재벌기업집단이 외국계 자본의 타깃이 되는 것이다. 이번 사태를 빌미로 재계는 자본시장의 교란 요인에 신경 쓰지 않으면서 장기적 경영을 할 수 있도록 차등의결권, 포이즌필 등의 경영권 보호 수단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이는 매우 신중하게 결정해야 할 사안이다. 이런 수단들을 인정하면 우선 대기업집단의 경제력 집중과 불공정 거래가 더욱 심화될 것이다. 2012년 기준 30대 기업집단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매출 총액은 100.7%, GDP 대비 자산 총액은 105.1%이다. 더구나 삼성그룹과 현대차그룹의 GDP 대비 자산 비중은 33.8%로 경제력과 부의 편중이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경제력 집중은 대기업의 시장 지배력 남용, 일감 몰아주기 등의 불공정 거래 행위를 야기해 우리 경제에 매우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상황에서 경영권을 지나치게 보호하는 경우 그나마 존재하는 자본시장으로부터의 견제도 없어지게 돼 심각한 상황이 초래될 수 있다. 합법적인 보호 아래 재벌기업집단은 자발적 지배구조 개선 노력을 하지 않을 것이고 결국 우리나라 기업들은 무능한 경영진을 교체할 수도 없어 경쟁력을 상실하게 될 것이다.

과거에도 재계의 요청으로 기업의 경쟁력 강화에 역행하는 제도들이 존재했었다. 25% 이상의 주식을 취득하고자 하는 주체는 의결권 있는 발행주식 총수의 50%+1주를 의무적으로 매입하도록 하는 의무공개매수 제도는 국제통화기금(IMF)이 기업구조조정 활성화 차원에서 폐지할 것을 권고해 1998년에 없어졌다. 외국인이 10% 이상 주식을 살 때에는 이사회의 동의를 요구하도록 하는 제도도 기업의 효율성과 경쟁력 강화와는 어긋나는 제도였기 때문에 폐지됐다. 포이즌필도 2009년 법무부가 추진했으나 경쟁 제한으로 인한 비효율을 초래한다는 우려로 도입되지 않았다.
경영권은 기업이 주주의 이익을 위해 충실히 경영한다면 자연스레 보장되는 것이다. 외부로부터의 주식 매집 시도는 주주가치가 훼손돼 주가가 공정 가치보다 싼 경우에 발생하는 것이다. 기업들은 법적으로 경영권을 보장받으려 하기보다는 자본시장에서 기업과 주주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의 행태는 이와는 정반대다. 경영권을 보호하기 위해 황금낙하산, 초다수의결제 등의 제도를 정관에 도입하는 기업의 수는 매년 늘고 있지만 주주권을 보호하기 위한 전자투표제 등의 도입은 매우 미흡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다른 나라에서 시행되고 있으니 우리나라에도 경영권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를 도입하자는 것은 대기업집단 문제가 심각한 우리의 실정을 간과하고 있는 것이다.

경제력 집중 방지는 경영권 방어와는 비교할 수 없는 큰 문제이다. 그리고 경제적 문제에 대해서 일본기업 운운하며 비논리적으로 접근하는 것은 금물이다. 냉정한 이성으로 합리적으로 문제를 풀어나가야 한다.

김창수 연세대 경영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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