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중국 톈진(天津)항에서 발생한 초대형 폭발사고가 '인재(人災)'일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사고가 발생한 물류회사의 인허가 과정과 유독 화학물질 관리에 상당한 허점이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 회사가 화학물질을 보관하면서 거리 확보, 적재 총량 등에 관한 여러 규정을 위반한 사실도 밝혀졌다. 어쩌면 100명 이상의 목숨을 앗아간 이번 사고는 막을 수도 있었다.
많은 인명 피해가 난 대규모 폭발 사고들을 들여다보면 이처럼 인재로 인한 것이 적지 않다. 대표적인 게 정확히 246년 전인 1769년 8월18일 이탈리아 브레시아(Brescia)에서 일어난 폭발사고다. 당시 이곳에서는 교회가 가장 안전하다고 보고 도시의 모든 화약을 교회 안에 저장했다. 하느님이 지켜줄 것으로 믿었기 때문이다. 낙뢰 때문에 화약을 한 곳에 보관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지만 독실한 신자들은 교회에 벼락이 떨어질 수 있다고 얘기하는 것은 신성모독이라며 용납할 수 없다고 했다. 그래서 교회에 피뢰침도 달지 않았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교회의 첨탑에 벼락이 떨어졌고 보관 중이던 90t의 화약이 한 번에 폭발했다. 이 폭발로 도시의 1/6이 파괴되고 3000여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한다.
2000년대 들어서도 이 같은 폭발 사고가 있었다. 나이지리아의 수도 라고스에서 2002년 1월27일 오후 무기고 폭발로 1000명 이상이 사망한 것이다. 고성능 폭약을 노후화된 무기고에 두는 등 부실한 무기 및 화약 관리가 원인이었다. 희생자 중에는 어린이가 많았으며 특히 연쇄 폭발이 일어나자 피신하기 위해 물에 뛰어든 다수의 시민들이 익사했다. 사망자가 급격하게 늘어난 원인 중 하나는 이곳에서 제대로 된 수영 교육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김철현 기자 kc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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