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공의 하나님이라? 그냥 올까 하다가 천주교 영세를 받았지만 평소 성당에 잘 나가지도 않으면서 그럴 때는 꼭 교인 행세를 하고 싶어 하는 못된 버릇이 또 발동했다.
돌아오면서 아, 우리의 기독교의 한 현실이 여기에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종교국가'라고 할 정도로 우리나라는 종교인구 비율이 높다고 하는데 그러나 나는 진정한 의미의 종교가 없는 게 대한민국이라고 생각한다. 말하자면 '종교 없는 종교국가'인 것이다.
지금 우리 종교의 행태, 종교를 내세운 이들의 '비종교적' 행태는 본래는 원인이라기보다는 결과인 측면이 크다. 우리 사회의 온갖 병리와 그늘이 종교를 통해 배출되는 것이다. 그러나 점점 오도된 종교가 문제의 결과가 아닌 원인이 돼 가고 있는 듯하다. 국민의 과반수 이상이 종교를 갖고 있다는 것이 우리 사회에 빛이라기보다는 어둠이며, 종교는 소금의 짠맛을 주기보다는 아편의 환각에 빠지게 하고 있다.
올해는 가톨릭에 일대 쇄신을 가져왔던 바티칸 2차 공의회의 폐막 50주년이다. 한국에도 그 공의회와 같은 '21세기 종교개혁'이 절실히 필요해 보인다.
이명재 논설위원 prome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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