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독일차 공세에도 ‘CR-V’가 살아남는 이유

혼다 'New CR-V'

[아시아경제 배경환 기자] 독일 디젤차들의 공습에 지위가 흔들렸지만 혼다의 CR-V는 여전히 수입차 베스트셀러다. 1995년 첫 출시 후 160여개국에서 700만대가 넘게 팔린 실적이 이를 방증한다. 국내에서도 호평은 여전하다. 이른바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는 아직까지 톱클래스 수준이다.

CR-V의 운전석에 앉으면 높은 헤드룸과 넉넉한 레그룸 덕분에 세단에서 느껴지는 편안함이 전달된다. SUV 특유의 높고 넓은 시야뿐만 아니라 승용차와 같은 운전 자세가 가능한 것도 이때문이다. 원-모션 폴딩을 통해 여성도 리어 시트를 접을 수 있는 데다 전반적으로 낮은 차체로 일반 SUV와는 달리 운전석에 오르내리기도 편하다.

기존 버전에 비해 다양해지고 넓어진 수납공간도 눈에 띈다. 실내에는 대용량 센터 콘솔을 설치했고 리어 시트 뒤 적재 공간은 골프백 4개 수납까지 가능하다.센터페시아와 대시보드 주변부는 더욱 고급스러워졌다. 크롬 장식이 가장 돋보이며 계기판과 센터페시아, 조수석 클로브박스까지 이어지는 라인에는 우드크레인과 코롬 디자인을 적용했다.

시동음은 정숙하다. 가솔린 엔진 특유의 성질로 응답성은 빠르고 가속에서도 차이를 보여준다. 비교적 가파른 언덕길도 단숨에 오른다. 새로 개발한 2356cc 직렬 4기통 DOHC 직분 i-VTEC의 능력이다.실제 최고출력 188마력, 최대토크 25.0kgㆍm의 힘은 도심에서도 확인 가능하다. 가속 페달에 발을 얹으면 만족스러운 초기 가속 능력을 보여준다. 정지 상태에서 출발하는 움직임이 민첩해졌으며 낮은 엔진회전영역에서도 높은 토크가 발휘된다.

전자 제어식 4륜 구동 시스템을 갖춰 코너링도 매끄럽다. 상황에 따라 최적의 구동력을 후륜에 배분하는 구조다.

고속 주행에서의 차체 흔들림이나 소음도 불편하지 않다. 특히 도로면에서 올라오는 소음 역시 차체바닥에 적용된 차음제 덕분에 동승자와의 대화나 음악감상에 어려움이 없다. SUV라는 점을 감안하면 풍절음도 심하게 들리지 않는 편이다. 루프와 센터 필러의 강성을 높이고 고효율의 에너지 흡수 바디를 적용하는 등 안전성도 크게 높아졌다. 경추를 보호해주는 시트 구조를 채택하는 등 세심한 부분도 놓치지 않았다. 우측으로 차선 변경시 오른쪽 후방을 비춰주는 카메라가 작동, 사각지대를 보여주는 것도 개선된 안전 시스템 중 하나다.

다만 ℓ당 11.6km 연비는 아쉬움이 남는다. 연비를 향상시키기 위해 '엔진 출력', '에어컨 절전' 등을 다양하게 제어하는 ECON 모드가 적용됐지만 10km에 불과한 도심 연비로는 디젤차들의 공습을 버텨내기에는 힘이 달린다는 평가다.

배경환 기자 khbae@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