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이 헷갈린다면 이것은 어떤가. ⑤"지금까지 살아오면서 한 번도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는 정치인들의 레퍼토리. 과연 ①~④가 '어서 옵쇼, 형님' 하고 무릎을 꿇게 되는 거짓말의 절대지존이지 않는가.
지극히 이타적인 이런 착한 거짓말(때론 사실도 있다)이라면 마땅히 맞장구를 쳐줘야 하는 것이 현대인의 본분이다. 하지만 사회를 좀먹는 나쁜 거짓말이라면? 나쁜 거짓말로 인해 세상이 부패해진다면?
'성완종 판도라 상자'가 정치권을 강타하고 있다. 목숨을 끊으면서 터트린 비리폭로의 의혹을 받는 국무총리가 역시 '목숨'으로 맞서는 모습은 불편하기 짝이 없다. 판도라 상자가 거명한 인물들은 하나같이 "나는 모르는 일이다" "절대 돈을 받지 않았다" "황당한 소설이다"고 항변하지만 국민들은 눈에서 쌍심지가 돋는다.
진실을 갈구하는 의혹의 한복판에서, 차라리 거짓이었으면 하는 것도 있다. 세월호 참사 1주기. 자식을 가슴에 묻은 부모는 '차라리 악몽이었으면' 수천 수만 번 가슴을 쥐어짜지만 기어코 1년 전 그날이 오고 말았다. 그래, 이것이야말로 거짓말이었어야 했는데, 이런 악몽이라면 얼마든지 화들짝 잠에서 깨어날 수 있었을 텐데, 슬픔이 전국을 덮는다. 그러니 오늘 만큼은 세상의 모든 나쁜 거짓말들이 침묵해야 한다. 고해성사라도 해야 한다. 그 무엇보다 실존적인 세월호 앞에서.
이정일 금융부장 jaylee@asiae.co.kr<후소(後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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