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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포스코 수사, '외압' 끊어내는 계기 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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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철강 기업인 포스코가 또 사정(司正) 태풍에 휩싸이고 있다. 포스코건설의 비자금 조성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가 포스코그룹 전 경영진의 비리 의혹을 파헤치는 쪽으로 확대되는 양상이다. 정준양 전 회장이 출국금지를 당하고, 관련 핵심 인사들도 수사를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많은 이들은 지난 20여 년간 되풀이돼 온 '정권 출범 후 경영진 교체와 사정'이라는 포스코 외풍사(外風史)를 떠올리고 있다.

철저한 수사로 부정과 비리를 규명, 엄단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그에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있다. 이번 수사가 한국의 주요 글로벌 기업을 새 정권의 전리품쯤으로 생각해 인사와 경영에 함부로 개입해 온 관행을 청산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포스코에 대한 외압사는 초대 박태준 회장을 시작으로 황경로, 김만제, 유상부, 이구택, 정준양 회장 등 역대 최고경영자들이 제대로 임기를 채우지 못했다는 데에 압축돼 있다. 공기업 시절은 물론 민영화가 된 2000년 이후에도 새 정부가 출범하면 회장 이하 경영진이 석연치 않은 이유로 대거 교체됐고 그때마다 검찰수사와 세무조사설이 나돌았다. 민영화 기업의 새 회장 인사에 대한 예상이 회사 안팎보다는 정부 여당 주변에서 나오는 기이한 현상이 당연시됐을 정도다.

출발부터 외압에 의한 인사가 이뤄지면 그 후유증이 없을 수 없다. 경영자로서의 정당성에 약점이 있으니 성과를 의식해 무리한 투자에 나서기 쉽고, 밀어준 이들에 대한 '보은'도 소홀히 할 수 없다. 정 전 회장의 경우에도 회장으로 선임된 과정에서나 그 이후 재임 기간 내내 여러 의혹이 제기됐었다. 포스코건설 사장으로 임명된 지 불과 3개월 만에 그룹 회장이 돼 이명박 정부 실세의 힘이 작용했다는 구설에 올랐고, 회장이 돼서는 수십 건의 기업 인수합병을 밀어붙이는 과정에서 특정 업체에 특혜를 준 게 아니냐는 의혹을 받았었다.

이번 수사가 매출액 65조원(2014년)의 거대기업을 제 자리로 돌려놓는 기회가 되기 위해선 철저히 수사하되 '수사에 대한 외풍'도 없어야 한다. 포스코건설에 대한 압수수색은 이완구 총리가 '부정부패와의 전쟁'을 선언한 다음 날 이뤄졌는데, 이 같은 우연의 일치가 혹여 어떤 의도에서 비롯된 것은 아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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