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 전투의 승리는 행운과 기적으로 얻어진 것으로 흔히 전해지지만 실은 고대 그리스의 중무장 보병은 매우 우수한 군대였다. 병력이 절대 열세였지만 그걸 이겨내고 페르시아 대군을 무찌를 수 있었을 만큼 그리스 군대가 우수했던 것은 무엇보다 이 군대가 '애국군대'였기 때문이다.
요즘 우리 사회에서 '애국'에 대해 얘기하는 이들이 의외로 많다. 특히 나이 든 이들뿐만 아니라 젊은이들 사이에서 애국 열풍이 불고 있는 듯하다. 이들의 순수한 애국심은 높이 칭찬할 만하다. 다만 애국적이고자 한다면 애국할 나라를 제대로 만드는 것이 우선이다. 그러므로 애국자이기 앞서 먼저 '건국자'가 돼야 할 듯하다. 애국할 만한 나라로 만드는 의미에서의 건국자다.
애국이 어떤 국가든 간에 '모든' 국가에 대한 충성이 아니라 국민의 자유와 존엄성을 지켜주고 높여주는 진정한 공동체로서의 국가에 대한 믿음과 애정이라고 한다면, 필요한 것은 맹목적이지 않은 이성적인 애국심일 것이다. 애국은 그 비장한 결의와 다짐도 좋지만 똑똑한 애국심이어야 한다. 강력한 군대, 강력한 나라란 무엇인지를 보여줬던 고대 그리스인들의 '필리아(Philia)'처럼 지혜로운 애국심이 필요하다.
이명재 사회문화부장 pro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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