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사는 게 팍팍한 서민들에게 더없이 현실적이면서 생존적인 '밥그릇'은 영화 <허삼관>의 원작이자 중국의 대표작가 위화의 장편소설 <허삼관 매혈기>에도 등장한다. 가진 게 없으니 제 몸의 피를 팔아 가족의 생계를 꾸려가는 허삼관의 고단한 삶을 익살과 해학으로 그려내는 이야기 초반부에 좋은 신랑감을 구하는 방법이 소개되는데, 여자 집에서 남자를 초대해 식사를 대접하는 것이다. 남자가 밥을 몇 그릇 먹는냐는 피를 얼마나 팔 수 있느냐와 비례하는 만큼 남자가 비운 밥그릇 숫자로 가장으로서의 능력을 판단하는 것이다. 신경숙의 짧은 소설 <겨울나기>에서는 배곯는 들고양이가 안쓰러워 누군가 마당에 접시를 놓고 사료를 챙겨주는데 나중에 이 밥그릇을 놓고 까치떼들의 혈전이 살벌하게 펼쳐진다.
조세정의, 복지증대, 납세의무 다 좋은데 허구한 날 왜 우리냐고 직장인들은 성토한다. 토마 피케티 교수가 '21세기 자본'에서 주장하는 바, 부자들의 자본소득은 애써 외면하면서 직장인들의 유리지갑 속 근로소득은 귀신같이 잘도 빼먹는 정부가 야속하고 원망스럽다. '13월의 월급'이 '13월의 폭탄'이 된 지금 여론은 부글부글 끓는다. 위정자들도 밥그릇을 빼앗겨봐야 한다면서. 선거 때 두고보자면서.
이정일 산업2부장 jaylee@asiae.co.kr<후소(後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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