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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박대통령 신년사에 꼭 담겨야할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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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호 금융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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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에는 안정된 삶을 살 수 있을까. 2014년을 불과 2주 남겨놨다. 지금 대한민국 국민은 어느 때보다 불안하다. 경제ㆍ사회ㆍ정치적으로 어느 한 구석 맘 편한 곳이 없다. 2015 을미년을 맞는 국민들의 꿈은 불과 1년 만에 참 소박해졌다. '잘리지 말고, 망하지 말고, 버티자'. 한때 유행했던 '부자되세요'라는 인사는 고개 들 면목조차 없다.

올 초 박근혜 대통령은 신년사에서 다짐했다. "경제활성화와 민생안정을 이루겠다. 비정상적인 관행의 정상화 개혁을 하겠다. '반드시' 삶의 활력과 희망이 넘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정치인의 말을 100% 신뢰하진 못한다. 그래도 2014년은 심하게 사기당한 기분이다. 경제성장률에서 '4'라는 숫자는 잊혀지고 있다. 금융권에서만 수만 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민생이 안정될 리 없다. 비정상의 정상화는 청와대 문고리권력 의혹이 꼬리를 물며 윗물부터 탁해진 상황이다. 국민들은 삶의 활력을 잃었고 희망은 고문이 됐을 뿐이다.

특히 봉급생활자는 장하준 케임브리지 대학 교수 말대로 거의 노예 수준으로 전락했다. 소위 '예속계약 노동자'다. 고용주가 노동자를 소유하지 않는다. 그러나 일자리를 옮길 자유가 없다. 달리 갈 곳이 없기 때문이다. 계약기간도 3년에서 10년 정도다. 차라피 죽을 때까지 주인 밑에서 일하는, 굶지 않는 노예가 되고 싶다고 말하는 이도 주변에 있다. 그만큼 한국 사회의 불안정성은 극도에 달하고 있다.

김낙년 동국대 교수가 분석해보니 2010년 기준 개인소득자 3122만명 중 48%가 연소득 1000만원 이하였다. 한 신용평가사에 따르면 은행에서 돈을 빌린 차주가 올 6월 말 현재 1050만명이다. 1인당 부채액은 4600만원을 돌파했다. 이 분석이 맞다면 한국에서 생계를 유지하는 것 자체가 특권이다. 어쩌면 이 땅에서 폭동이 일어나지 않는 것은 기적이다.
2015년, 우리나라 기업들의 노동생산성은 상승할 것 같다. 통상 구조조정을 하면 생산성은 올라간다. 노동자들을 무더기로 사실상 해고(희망퇴직)했으니 당연히 생산성은 개선된다. 떠난 이들의 눈물은 남은 이들의 가슴에 오래 머물지 않는다.

빈부의 격차도 더 커질 공산이 아주 크다. 조지프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교수에 따르면 소득 상위계층은 소득 대비 15~20%를 저축한다. 반면 하위계층은 소득을 남김없이 소비할 수밖에 없다. 획기적인 투자활성화나 수출증대 없이 실업은 꾸준히 발생한다. 미국 이야기지만 한국이라고 다를 바 없을 듯하다. 이미 2010년 우리나라 소득 하위 70%의 소득은 전체 소득의 20%에도 못 미쳤다. 이들이 버는 소득의 총액은 상위 10%의 절반도 안 된다. 이 와중에 정부는 세수 부족분을 기껏해야 담뱃값 인상 등으로 벌충하려 한다. 프랑스 루이 14세 치하 경제자문역인 장 바티스트 콜베르의 명언을 확실히 실천한 셈이다. "조세 징수의 기술은 거위가 가장 적게 비명을 내게 하면서 가장 많은 깃털을 뽑는 것이다." 서민 흡연자들은 죄의식 속에 끽 소리 한 번 제대로 못 내고 국가에 소득의 일부를 추가 헌납해야 한다.

스웨덴 사회민주당에는 유명한 슬로건이 있다. "안전하다고 느끼는 사람들은 대담할 수 있다.(Secure People Dare)" 당장 현실화할 수는 없지만 국민들에게 사회안전망을 제공하고 직장 선택과 자유로운 기업활동을 보장하겠다는 '안전 약속'이 절실하다.

2015년 박근혜 대통령의 신년사에는 '고백'이 담겨져 있기를 바란다. 국민들에게 부질없는 꿈과 희망을 심어주지 말기를 기대한다. 지금 국민은 고통의 터널 안에 있다. 정치와 소통의 부재를 인정하고 먼저 용서를 구해야 한다. 고통감내의 불가피성을 이해시켜야 한다. 가진 자의 양보와 못 가진 자, 잃은 자의 인내를 간구하고 경제여건의 개선을 약속해 보자. 역사적으로 대한민국 국민은 솔직함에 관대함과 포용력을 보여왔다.





박성호 금융부장 vicman120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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