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향은 서울 '시립' 교향악단이지만 그러나 서울 '시민'의 교향악단이 돼 있는지는 의문이 든다. 이 교향악단이 물론 시민들에게 좀 더 가깝게 다가서는 노력을 적잖게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이번 사건과 같은 일을 통해서 그 존재를 새삼 알리고 있다는 점이 드러내는 현실은 서울시민과 서울시향 간의 거리, 나아가 서울시민과 예술 간의 거리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사태는 우리 사회에서 사람들에게 클래식 음악으로 대변되는 예술에의 접근과 향유가 여전히 얼마나 쉽지 않은 일인지를 보여준다.
다른 어느 예술 분야보다 '천재'가 가장 분명히 드러나는 예술인 클래식 음악계의 역사는 숱한 천재들의 화려한 경연장이다. 모차르트뿐만 아니라 음악계에 전해 내려오는 많은 천재들의 일화는 '음악은 천재의 것'이라는 사실을 새삼 확인시켜주는 듯하다. 가령 그의 빼어난 연주를 듣다가 청중들이 흥분해 실신하기도 했다는 파가니니에게 붙었던 '악마의 바이올리니스트'라는 별명은 천재 음악가에게 보내는 헌사이자, 평범한 재능의 진입을 금지하는 경고문과도 같다.
그렇다면 모차르트가 되지 못할 거라면, 파가니니가 되지 못할 거라면 음악은 감상자의 위치를 넘어서서 함부로 직접 뛰어들려 해서는 안 되는 영역인가. 그러나 '기적의 오케스트라'로 불리는 베네수엘라 '엘 시스테마' 이야기는 평범한 아이들이 음악을 배우면서 어떻게 변화되는지를 보여준다. 엘 시스테마(El Sistema)는 달동네 빈민가의 아이들이 음악을 배우면서 가난과 부패, 범죄의 악순환에서 벗어나게 하고 있다. 엘 시스테마가 배출한 최고의 스타는 28세의 나이에 로스앤젤레스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상임 지휘자가 된 구스타보 두다멜처. 그러나 모든 아이가 두다멜처가 될 수 있는 건 아니다. 아니 전문 연주자의 직업을 가지는 것조차 쉽지 않다. 그렇다면 그런 아이의 음악 인생은 실패한 것일까.
천재(天才)는 필요하다. 그러나 더욱 필요한 것은 천 개의 재능으로서의 '천재(千才)'다. '물수능'이니 상위권의 변별력 상실이니 하는 얘기들이 놓치고 있는 것이 이 점이다 . 서울시향 사태에서 찾아야 할 또 하나의 메시지다.
이명재 사회문화부장 prome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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