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잔칫집 같던 벤처업계 분위기는 금방 식었다. 이후 한 달 만에 팬택이 법정관리에 들어갔고, 세 달 후인 지난 20일 모뉴엘이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중기청이 매출 1조원으로 꼽았던 8개 기업 중 두 곳이 세 달 새 무너진 것이다.
반면 모뉴엘은 갑작스럽게 무너졌다. 지난해 매출 1조2737억원에 영업이익 1104억원을 올린 기업이 700억원 가량의 농협 수출채권을 갚지 못한 것이다. 단순히 수출대금을 못 받은 것이 아니라 선적서류 조작 등을 통해 매출을 부풀렸다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1조원대의 매출을 올렸음에도 영업을 통한 현금흐름이 15억원 적자를 기록한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작은 벤처기업에서 1조원 매출을 올리는 중견기업으로 발전했던 두 기업의 법정관리는 벤처업계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정부는 그동안 벤처업계의 미래를 장밋빛 일색으로 그려왔지만 팬택과 모뉴엘 사례는 벤처기업들이 처한 냉혹한 현실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벤처 천억 기업의 수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3년 연속 증가율은 오히려 줄어들고 있는 추세다. 다시 한 번 벤처 생태계를 점검하고 정비할 때다. "5년 후에도 벤처천억기업이 계속 늘어날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남민우 벤처협회장의 말을 정부 관계자들이 곱씹어봐야 한다.
이지은 기자 leez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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