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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1조 벤처' 잔혹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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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3개월 전인 지난 7월 22일, 중소기업청은 매출 1000억원을 달성한 국내 벤처기업들을 한 데 모아 여의도 63컨벤션센터에서 기념식을 가졌다. 일명 '벤처천억' 기업이라고 불리는 매출 1000억원 이상 벤처기업은 지난해 말 현재 사상 최대치인 454개로 증가했다. 이중 매출이 1조원을 넘어서는 기업도 8개나 됐다. 정부는 '불황 속에서도 벤처기업의 성장이 이뤄졌다'며 자축했다.

하지만 잔칫집 같던 벤처업계 분위기는 금방 식었다. 이후 한 달 만에 팬택이 법정관리에 들어갔고, 세 달 후인 지난 20일 모뉴엘이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중기청이 매출 1조원으로 꼽았던 8개 기업 중 두 곳이 세 달 새 무너진 것이다.
팬택의 위기는 이미 예견됐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대기업의 자금력과 마케팅에 밀려 부채가 걷잡을 수 없이 쌓여갔다. 상반기 워크아웃으로 간신히 법정관리만은 피하는가 싶었지만 통신사들이 팬택의 단말기를 사 주지 않으면서 결국 법정관리 수순을 밟게 됐다.

반면 모뉴엘은 갑작스럽게 무너졌다. 지난해 매출 1조2737억원에 영업이익 1104억원을 올린 기업이 700억원 가량의 농협 수출채권을 갚지 못한 것이다. 단순히 수출대금을 못 받은 것이 아니라 선적서류 조작 등을 통해 매출을 부풀렸다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1조원대의 매출을 올렸음에도 영업을 통한 현금흐름이 15억원 적자를 기록한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작은 벤처기업에서 1조원 매출을 올리는 중견기업으로 발전했던 두 기업의 법정관리는 벤처업계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정부는 그동안 벤처업계의 미래를 장밋빛 일색으로 그려왔지만 팬택과 모뉴엘 사례는 벤처기업들이 처한 냉혹한 현실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벤처 천억 기업의 수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3년 연속 증가율은 오히려 줄어들고 있는 추세다. 다시 한 번 벤처 생태계를 점검하고 정비할 때다. "5년 후에도 벤처천억기업이 계속 늘어날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남민우 벤처협회장의 말을 정부 관계자들이 곱씹어봐야 한다.


이지은 기자 leez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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