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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낱말의 습격]너 자신을 아는 것은 힘이다(180)

최종수정 2020.02.12 10:21 기사입력 2014.10.10 0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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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자신을 아는 것은 힘이다. 소크라베이컨(Scrabacon)은 이렇게 말했다. 명언을 희한하게 짜깁기한 이 말을 들으며 오래 전의 우린 낄낄댔다. 하나 더 나아가서, 너 자신을 아는 것은 힘인 동시에 내일 지구종말이 와도 나는 한 그루 사과나무를 심겠다는 소크라베이커노자의 말씀도 있다. 강력한 진실을 지닌 문장들이 뒤섞이면서 의미가 희멀개지는 그 반권위(反權威)를 우린 즐긴 것이지만, 그때 우린 통섭하는 진리를 깨닫지 못했다.

너 자신을 아는 것은 정말 힘이었다. 소크라테스의 말의 취지 또한 그것이었고, 베이컨이 강조한 뜻도 또한 그것이었다. 자기성찰이야 말로 지식의 바탕이며 그것이 삶의 문법을 전혀 새롭게 짜는 기틀인 것을, 요즘에야 깨닫는다. 우리의 문제는, 세상의 많은 것들을 모르는데에 있는 것이 아니라, 자기가 평생 경영해가야 하는 자기를 모르는데에 있었다. 그냥 조금 모르는 것이 아니라, 도무지 혹은 통, 모른다. 알다가도 모르는 것이 아니라, 안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모두 자기가 아니라 자기를 비춘 이미지와 욕망들이었다.
나는 없다,고 가르쳐주는 것은 불교의 색즉시공(色卽是空)이지만 그것을 귀담아듣는 중생은 거의 없다. 다만 무덤에 들어가 혹은 화장터의 먼지가 되면서 아하 이것이 색즉시공이로구나 하고 깨닫게될 뿐이다. 태어나기 전의 나는 ‘없다’는 것이 무엇인지 알았으리라. 머리로 안 것이 아니라 존재 전부로 알았으리라. ‘없다’는 것을 우린 자주 경험하지만 진실로 ‘없다’는 것이 주는 충격과 질곡(桎梏)을 생생하게 깨닫지 못한다. 우린 ‘없음’을 이해하지 못하기에 여기에 ‘있음’ 또한 그 의미를 짐작하지 못하는 것이다.

나 자신을 모른다는 것. 그것이 나 자신을 알기 위한 최초의 방편이다. 나 자신은 내가 생각했던 만큼 안전하고 괜찮고 중요하고 강한 존재가 아니라는 것. 나 자신은 고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 나는 곧 죽게 되어있다는 것. 처음에 올 때 내가 가져온 것이 아무 것도 없다는 것. 소멸되는 것은 내가 아니라 세상과 관계하던 나의 우주의 문제라는 것. 나와 해와 달과 별 다섯개와 그 너머의 수많은 별들까지에 이어져있는 생기(生氣)의 고향이 어디인지 모른다는 것. 우리는 어머니는 볼 수 있어도 어머니 속에서 나를 만든 진짜 어머니는 보지 못한다는 것. 내가 왜 여기 있지? 이 질문에 명쾌하게 대답하지 못한다는 것. 어제가 오늘보다 좋았다면 어제에 그냥 있는 게 좋을텐데 왜 오늘로 옮겨왔을까. 누가 나를 등 떠미는 걸까. 계속 무덤까지, 그 건너까지 등을 떠밀어주는 그 차갑고 조용한 손은 누구란 말인가.

생각해보라. 나여. 나 자신을 조금이라도 알고 싶으면,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생각해보라. 나는 왜 목말라하며 나는 왜 슬퍼하는지. 나는 어디로 가고자 하는 것인지. 나의 남은 수명의 첫날에, 왜 내가 아무 것도 가지지 않은 그날처럼 자유로운 선택을 할 수 없는 것인지. 소크라베이컨은 이렇게 말했다. “너 자신을 아는 것은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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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국 편집에디터, 스토리연구소장 isomi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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