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단풍은 피단풍이라고도 부르는데, 오래전 궁예가 원한의 피눈물을 흘리며 도망쳤다는 철원 일대의 피단풍을 보면서 처연함과 더불어 오래 보고있을 수 없는 근원적인 현기증을 느꼈다. 그 아름다움은 섬뜩함이었다. 노란 단풍은 은행잎이 대표 주자이겠지만 참나무 계열의 갈잎들도 그에 못지 않게 아름답다. 이 노란 단풍은 꾀꼬리단풍이라도 하는데, 꾀꼬리의 노란 빛을 빌려온 말이겠지만, 고운 노랑을 한참 들여다 보노라면 꾀꼬리소리같이 맑은 울음이 숲 전체에서 쏟아져 나올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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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국 편집에디터, 스토리연구소장 isomis@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