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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사태 사외이사 책임론, 可 vs 不可?

최종수정 2014.09.28 09:15 기사입력 2014.09.28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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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장현 기자] 지난 4월 KB국민은행 주전산기 교체 과정서 불거진 KB사태가 5개월째를 맞았다. 국민은행 내부의 문제는 이사회의 감사보고서 수용 거부로 외부로 알려지게 됐고 국민은행장과 KB금융지주 회장을 물러나게 했다. 이제 KB사태에 쏠린 눈은 건전한 경영을 이끌고 감시자 역할을 해야 했던 이사회로 이동하고 있다.

김중웅 국민은행 이사회 의장은 지난 26일 은행 이사회에 참석하며 아시아경제신문과 만나 "(금융당국으로부터) 억울하게 징계 처분을 받은 우리 직원들을 돕지 못했다는 점에서 가슴이 아프다. 도의적 책임을 질 것이다."고 말했다. 주전산기 교체와 관련한 내홍으로 은행 직원들이 억울하게 처벌을 받았다며 감독 당국 제재에 불만을 터뜨린 것이다.
그러나 금융권에서는 김 의장의 이 같은 발언이 KB사태를 촉발한 당사자로서 부적절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금감원은 주전산기 교체 과정에서 지주의 부당한 압력을 받은 은행 실무부서가 컨설팅 보고서와 성능검증 결과를 왜곡해 보고한 점을 확인했다. 이건호 당시 국민은행장이 정병기 상임감사와 함께 이를 조사했지만 사외이사들이 거부해 보고를 못 했고, 이것이 외부로 알려지면서 KB사태가 촉발된 것이다.

한 금융권 인사는 "KB사태의 주역이었던 임영록 전 KB금융 회장과 이 전 행장 모두 물러났는데 당사자인 사외이사들은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고 있다"며 "일괄 사퇴해도 부족할 판에 징계 자체를 비판하는 게 말이 되느냐"고 말했다.
이날 오갑수 사외이사가 임기 연임을 포기함으로서 KB 사외이사 중 처음으로 직을 내려놓게 됐다. 그러나 국민은행 사외이사나 KB금융지주 사외이사 모두 임기 전 ‘결자해지(結者解之)’하겠냐는 질문에는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국민은행 사외이사는 KB사태의 직접적인 발단을 제공한 것, KB금융 사외이사는 KB의 위기를 수개월 간 방관한 점에서 모두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민은행 노조도 비판을 이어가고 있다. 성낙조 국민은행 노조위원장은 "현재 사외이사들은 회장과 행장을 선임하고 주요 정책결정에 참여하는 막대한 권력을 누리면서도, 정작 정부와 금융기관의 '관치'는 막지 못하는 쓸모없는 조직으로 전락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KB 내부에서는 들끓고 있는 이사회 책임론에 반박하는 목소리도 작지 않다.

한 KB금융 관계자는 "현재 언론에서 제기하는 책임론은 과도한 면이 있다"며 "이사회가 지금껏 KB가 망가지는 상황에서 제때 개입하지 못한 잘못이 있더라도 지금 상황에서 KB를 수습할 유일한 대안은 이사회"라고 말했다. 여론 때문에 회장과 행장 선임을 해야할 사외이사들이 지금 사퇴를 한다면 KB금융의 정상화는 더욱 깊은 수렁에 빠진다는 것이다.

현재 KB금융 사외이사들은 회장후보추천위원회(이하 회추위)를 세우고 차기 회장 인선작업에 돌입한 상태다. 지난 26일 2차 회추위를 갖고 회장 추천일정을 확정지었다.

이 자리에서 김영진 회추위원장은 "거취 문제에 대해 논의하는 것은 현재로선 적절하지 않아 회의에서 논의도 되지 않았다"며 "현재 꼭 해야 하는 일은 모두 수긍할 수 있는 훌륭한 회장을 선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오갑수 국민은행 사외이사의 경우처럼 이사들이 관행적으로 임기를 연장해오던 것을 자제하는 쪽으로 책임을 지거나, 새 회장과 회장 인선이 완료되면 신한사태의 경우처럼 자진사퇴하지 않겠냐고 예상하고 있다.

4년 전 신한금융의 권력다툼으로 벌어진 '신한사태' 때 신한 이사회는 새 행장과 회장을 선임한 후 결자해지하며 직을 내려놓았다. 윤계섭 특위 위원장과 전략적 제휴 관계자인 필립 아기니에 BNP파리바 본부장을 제외하고 8명의 사외이사 중 6명이 이사직을 사퇴한 것이다. 전성빈 당시 이사회 의장은 “이사회도 모든 사태에 대해 책임을 져야한다”며 “어느 사외이사도 이사회 자리에 연연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이사회의 결단은 한동우 신임 회장체제에 힘을 보태줬고 조속한 경영정상화에 도움이 됐다.

KB사태는 이건호 전 행장의 사퇴와 임영록 전 회장의 해임으로 일단락되는 것처럼 보였으나 불똥은 다시 이사회로 튀었다. KB금융 회추위가 11월21일 회장 선임을 위한 주주총회를 열 계획이니만큼 11월 말 경에는 사외이사들도 책임지는 모습을 보일 것으로 금융권은 기대하고 있다.




이장현 기자 insid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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