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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낱말의 습격] 우쭐한 콩(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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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아감이 충만한 것은 어쩌면 권장할 만한 일일지 모른다. 죽음으로 밖에 끝낼 수 없는 인생은 저마다 치명적인 비극이다. 그 비극을 안고 살아가는 인간이 스스로에 대해 깊이 대견해하고 긍정하는 것이야 어찌 말릴 일이겠는가.

우리는 인간의 우열을 과장함으로써 생의 의미를 찾고자 하는 경향이 있다. 위인이 존재한다는 것을 설득하기 위해 열심히 위인전을 만들어낸다. 완전한 인간에 대한 꿈들은 모두 어느 정도 허풍을 담게 마련이지만 우린 그것에 충분히 속아줄 용의가 있다. 위인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일깨우는 교보재같은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냉정히, 그냥 사심없이 바라보면, 인간의 차이는 그리 크지 않다. 좋은 점이 있는 인간은 나쁜 점도 있다. 어떤 측면에서 성취가 있는 이는 다른 측면에서 열등한 점도 있다. 모두가 아주 똑같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 차이가 인간의 종(種)을 흔들만큼 클 수는 없다는 건 상식적인 판단이다. 인간은 콩과 같다. 콩을 바라보라. 아주 똑같은 콩을 찾기 위해 심혈을 기울일 필요까진 없지만, 그 차이 때문에 그것이 콩이라는 것을 인식하기 어려울 정도는 아니다.

자아감이 충만한 콩도 있을 것이다. 그 우쭐한 콩을 주변자인 인간의 눈으로 구분해내긴 어렵다. 위대한 콩을 찾는 일은 더 어렵다. 그저 콩으로만 보인다. 어떤 콩이 어떤 콩을 차별하고 어떤 콩에게 열등감을 갖고 어떤 콩보다 더 잘났다고 뽐내고 있다면, 생각만 해도 우스운 일이 아닌가. 오늘 만난 우쭐한 콩이 떠올라 하는 말이다.


'낱말의 습격' 처음부터 다시보기




이상국 편집에디터, 스토리연구소장 isomi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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