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엔환율, 6년만에 최저
[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 국내에서 영업중인 일본 완성차업체가 2~3년 전 미국 등으로 돌렸던 공급망을 다시 자국인 일본쪽으로 바꾸고 있다.
27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국내 수입된 일본산 완성차는 2만7192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6.9% 이상 늘었다. 이는 완성차 브랜드의 국적을 따지는 게 아니라 최종생산지를 따져 조사한 결과로, 일본은 주요 완성차 수입국 가운데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표면적으로는 독일 브랜드를 중심으로 한 유럽차 판매가 크게 늘고 있지만 안을 들여다보면 일본에서 수입해오는 차가 더 빨리 증가하고 있는 셈이다. 일본산 완성차수입은 2010년 2만3622대 수준이었으나 2011년(1만7852대), 2012년(1만9171대) 급감했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월 3000~4000대 수준으로 늘기 시작했으며 올해는 5만대 가까이 수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2, 3년 전까지만 해도 국내에 있는 일본 완성차업체는 수입선 다변화에 골몰할 수밖에 없었다. 당시 엔화강세로 일본에서 생산된 제품을 수입해 올수록 환차손이 컸기에 미국 내 공장에서 만든 제품을 들여왔다. 도요타 캠리나 혼다 어코드 등 각 업체마다 주력으로 내세우는 차종은 여전히 원산지가 미국이다.
국내 수입차 시장이 수년간 두 자릿수 이상 성장하고 있는 가운데서도 일본 브랜드가 유독 부진했던 만큼, 각 업체마다 최근 환율흐름을 계기로 판매부진을 만회하겠다는 속셈을 내비치고 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올해 1~7월간 일본 브랜드 차량의 신차등록대수는 전년 대비 4.6% 줄었다. 전체 수입차 등록대수가 25% 이상 늘어난 점을 감안하면 처참한 성적표다.
일본 완성차업체 관계자는 "환율변동폭이 즉각적으로 판매가격에 반영되는 것은 아니지만 일본산 제품을 수입하는 가격이 싸진 만큼 수익성이 높아진 건 사실"이라며 "다양한 판촉활동에 나설 여지가 커졌다"고 말했다.
최근 국내 완성차시장에서 대세로 꼽히는 디젤엔진 라인업 부족은 여전히 걸림돌로 꼽힌다. 수입차는 물론 국산 승용차도 디젤엔진 모델의 판매가 크고 늘고 있는데 도요타나 혼다 등 일본 브랜드의 경우 디젤엔진이 들어간 차종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최대열 기자 dy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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