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유제훈 기자] "노사정위원회 정상화가 먼저" vs "신뢰 회복이 전제 조건".
이기권 신임 고용노동부 장관이 취임 후 양대 노총을 방문해 노사정위원회 재개 등 노정관계 복원을 시도했지만 노동계의 싸늘한 반응에 좌절했다.
특히 노동계 안팎에선 연금 전문가로 노사·노정 관계나 행정에 문외한이었던 전임 방하남 장관보다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정통 노동 관료 출신인 이 신임 장관에 대해 경색된 노사, 노정 관계를 푸는 데 윤활유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다.
하지만 이 장관은 지난 18일 취임 첫 인사 및 노사정 위원회 정상화 등 노정 관계 회복을 위해 양대 노총을 방문했다가 싸늘한 냉대에 머쓱해지고 말았다.
이 장관은 김동만 한국노총 위원장과의 만남에서 "큰 틀에서는 노사정 대화를 유지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며, 국민들이 바라는 것은 모든 문제들을 협력하고 대화 해 풀어나가는 것"이라며 "일자리의 질·양을 높이고 자라나는 세대까지 일자리를 안정적으로 줄 수 있는 노동의 질서를 만들기 위해 (노사정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장관은 지난해 한국노총의 불참 선언으로 정상 가동이 안 되고 있는 노사정위원회에 다시 참여해달라는 요청을 우회적으로 전한 것이다.
그러나 김 위원장은 "상반기 국회에서 통상임금 문제, 노동기본권 문제 등을 논의했지만 결국 하반기 숙제로 넘어 온 것처럼 무거운 노동현안이 많기 때문에 장관님의 경험을 토대로 해서 신뢰를 바탕으로 노사관계를 복원했으면 한다"는 '덕담'으로 이를 무시했다.
이에 이 장관은 한 번 더 "큰 틀에서는 노사정 대화를 유지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며, 국민들이 바라는 것은 모든 문제들을 협력하고 대화 해 풀어나가는 것"이라며 재차 노사정위원회 참여를 압박했다.
반면 김 위원장은 오히려 현 정부가 진행하고 있는 공기업 구조조정에 대해 노동계의 의견 개진 통로 보장 등을 요구하는 등 이 장관의 발언을 피해갔다.
그는 "공공기관 개혁과 관련해 노동계도 반대하는 것이 아니며, 정상적이고 올바른 개혁이라면 같이 할 생각도 있다"면서도 "현장이야기도 듣고, 양대노총의 의견도 들어가며 (공기업 개혁을) 진행해야 하는데 소통이 잘 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 장관은 이와 관련해 "앞서 말씀드린 대로 큰 문제든, 작은 문제든 기본적으로 대화를 통해 풀어야 하며 자주 만날 필요가 있다"면서도 "아직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는 분들 등 국민들의 생각을 담아 공기업 문제를 풀어가는 것이 필요한 만큼 최선을 다 하겠다"고 말했다.
이후 진행된 비공개 대화에서도 이 장관은 현안 해결을 위해선 노사정간 대화가 필요한 만큼 노사정위원회 정립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반면 김 위원장은 "노사정간 신뢰가 중요하고, 특히 공공부문에 대한 대화가 먼저 이뤄질 필요가 있다"며 사실상 거부 입장을 피력했다.
이와 함께 이 장관은 노동계의 실질적 주류인 민주노총도 이날 함께 방문해 노사정 대화 복원 등을 요청하려했지만 거절당해 체면을 구겼다.
이 장관은 이날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 방문 후 중구 정동 민주노총 사무실을 방문하려했지만 민주노총은 성명을 내 "지금 시급히 필요한 것은 노동부장관의 민주노총 방문이 아니라, 박근혜 정부의 잘못된 노동정책 수정과 시급한 노동현안 해결"이라며 거절했다.
민주노총은 또 성명에서 "산적한 노동현안 중 단 하나라도 앞장서 해결하는 태도를 먼저 보이는 것이야 말로, 민주노총 방문의 진정성을 보이는 최소한의 조치"이라며 "이와 같은 현안 해결 없는 방문은 그저 의례적 행사에 그칠 뿐"이라고 꼬집었다.
유제훈 기자 kalama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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