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언씨는 1981년 7월 금은방업에 대한 '노다지'라는 상표를 최초로 출원한 이래로 2014년 초까지 많은 상표를 출원해왔다. 그의 두 아들이 출원한 상표까지 합치면 총 1256건의 상표를 출원했고, 현재 442건의 등록 상표권을 보유하고 있다.
물론 엘지, SK 등의 그룹사들도 무려 수만건의 상표를 출원했고, 그룹의 지주사가 계열사로부터 적지 않은 상표 사용료를 받고 있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다양한 상표를 출원해 상표권을 확보하고 상표 사용료를 받는 것은 기업의 정상적인 브랜드 경영의 일환으로도 볼 여지도 있다. 따라서 검찰이 지금 검토하고 있는 배임ㆍ횡령죄 적용의 주된 쟁점은 상표 사용료를 받아간 것 자체가 아니라, 그 금액이 부당하게 과다한지 여부라고 할 것이다.
그렇다면 상표의 사용료 금액, 즉 상표가 가지는 가치를 어떻게 산정할 것인지가 문제가 된다.
세월(SEWOL)이라는 상표의 가치를 생각해보자. 인천~제주 운항노선은 승선일자에 따라 여객선이 결정이 된다. 세월호라는 상표가 부착된 배에 신뢰감을 가져서 승선일자를 바꿔서라도 세월호를 타고 싶다는 마음을 가진 여행객의 수가 얼마나 있었겠는가? 세월이라는 배의 이름을 다른 이름으로 바꿨을 때 배를 타는 여행객의 수가 과연 얼마나 줄어들 것인가?
독점노선과 같이 수요자가 상품을 선택하는 데 있어 상표가 고려요소가 되기 어려운 상황에서 상표의 가치는 0원으로 수렴할 수밖에 없다. 정상적인 해운사의 경영자라면 이러한 독점노선의 배이름에 엄청난 사용료를 내야 하는 타인의 상표를 쓴다는 것은 말도 안 될 일이다.
유병언씨 일가가 보유한 다른 상표들도 시장의 경쟁 상황, 상표에 축척된 수요자의 신뢰 등을 고려하면 가치가 거의 없는 상표가 대부분이다. 결국 계열사들이 유병언씨 일가에게 수백억원의 상표 사용료를 지급한 것은 대부분 부당한 상표 사용료였다. 따라서 이러한 가치 없는 상표에 대한 부당한 사용료를 지급하고 지급받는 데 관여한 자들은 명백히 배임ㆍ횡령죄에 해당한다고 볼 것이다.
세월은 흘러가는 시간의 이름이지만, 이제 우리에게 세월은 결코 흘러서 잊혀서는 안 될 이름이 됐다.
우리 모두가 이 참사에 잘못이 있고, 다시는 이런 참사가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하는 책임을 가지고 있지만, 세월호를 잊지 않기 위해서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법적인 책임을 가진 자들에게 엄중한 처벌을 하는 일일 것이다.
주한중 로하스특허법률사무소 변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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