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의 사례는 이제 멀지 않은 미래다. 착용 가능한(웨어러블) 디바이스를 통해 직관적인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는 컴퓨팅 시대가 열리고 있기 때문이다. 웨어러블 디바이스는 말 그대로 우리가 착용하고 다니는 안경, 시계, 액세서리, 혹은 옷 형태로 이루어진 컴퓨터를 의미한다. 잘 알려진 대로 구글 글라스는 길을 걸어가는 사용자에게 방향을 안내해주고, 바이오 셔츠는 조깅을 하는 사용자에게 적절한 속도와 쉴 타이밍을 권고하기도 한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이달 초, 6ㆍ4 지방선거 개표방송을 통해 국민들에게 웨어러블 제스처 인식기술을 선보였다. 이 기술은 시계를 차기만 하면, 주먹을 쥐거나 펴는 등의 간단한 제스처 만으로도 TV 화면을 바꾸거나 움직일 수 있다. 개표방송을 진행하는 기자가 시연을 보이자 많은 국민이 큰 관심과 함께 주목하며 뜨거운 반응을 보여줬다.
그렇다면 그중 어떤 분야의 웨어러블 디바이스가 특히 각광을 받게 될까. 당분간은 헬스케어, 스포츠ㆍ피트니스 분야의 성장이 두드러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질병 예방에 초점을 맞춘 개인 건강관리 시장은 2012년 1조7000억달러에서 2017년 2조2000억달러 규모로 높은 성장이 예견되고 있다. 다음으로 안경ㆍ시계 형태의 웨어러블 디바이스 위주의 가전 응용부문이 시장을 주도할 것으로 예측된다.
물론 아직은 개발된 웨어러블 디바이스에 대해 효용성 면에서 일부 회의적인 시각도 많다. 사용시간과 무게 등 사용자의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는 점들이 많기 때문이다. 기기 사용에 대한 안정성이 보장되고, 착용에 따른 이질감이 없는 이상적인 디바이스가 탄생하기 위해선 아직 갈 길이 멀다. 이러한 기능을 구현하기 위해선 하드웨어 플랫폼 기술, 사용자 인터페이스 기술, 상황인지 기술, 저전력 기술, 근거리 통신 기술 등 다양한 핵심기술이 필요하다. 즉, 서로 다른 분야의 전문가들이 협력하고 머리를 맞대야 한다는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사용자가 직접 착용하는 만큼 안정성, 편안함, 패션과 같은 기술 외적인 사항도 선택에 큰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의료, 인간공학, 디자인 등 IT 이외 분야와의 융합ㆍ협력이 또한 중요하다.
김흥남 ETRI 원장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