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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앤비전]시설물안전, 사후 대응 아닌 '예방'에 무게 둬야

최종수정 2020.02.01 23:06 기사입력 2014.07.04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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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창 시설안전공단이사장

장기창 시설안전공단이사장

최근 대규모 안전사고가 연달아 발생해 안전문제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게 부각되고 있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경제, 문화, 산업 등 사회 전 분야에서 눈부신 성장을 이뤘지만 최근 수많은 젊은이들의 생명을 빼앗아 간 마우나리조트 붕괴사고나 세월호 침몰사고는 '아직도 안전은 필수가 아닌 선택'이었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이뿐 아니다. 과거의 예를 보면 1993년 서해 훼리호 침몰사고, 1994년 성수대교 붕괴사고,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등과 같이 대형사고가 주기적으로 발생했음에도 아직까지 안전의식과 대응책은 허술하기만 하다.

우리는 지금 분노하고 비난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불안하다. 세월호에서 벌어진 일들이 세월호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 전 분야의 안전에 대한 문제일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안전사고가 잇따라 일어난 가운데 도로ㆍ교량ㆍ댐ㆍ저수지ㆍ상하수도 등의 생활형 사회간접자본(SOC)마저 급속히 노후화돼 이에 따른 인명 및 재산피해가 우려된다.
공공과 민간에 걸쳐 주요 시설물의 안전점검을 수행하는 한국시설안전공단이 조사를 해보니 30년 이상 된 노후시설물이 2396개에 달했다.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등이 관리하는 교량ㆍ터널ㆍ항만ㆍ댐ㆍ상하수도 등 전국 주요 SOC시설은 모두 6만5687개여서 3.6%가 노후시설물인 셈이다. 특히 이 중 C등급 이하가 무려 34.9%인 836개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댐은 317개 가운데 138개(43.5%)가 C등급 이하 판정을 받았다. 지난해 4월 붕괴된 경북 경주 산대저수지도 1964년에 축조된 D등급 시설물이다. 시설물 안전사고는 대형참사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

이제는 시설물안전 패러다임부터 변화시켜야 한다. 사고가 일어날 때마다 파손ㆍ붕괴된 시설물을 보수하는 사고 대응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기반시설의 성능과 생애주기까지 고려한 사고예방이다. 시설물의 예방적 유지관리체계로의 전환을 위해서는 시설물별 유지관리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지표 개발이 필요하며, 지속적인 유지관리를 위한 기본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야 한다. 또한 현재 성능과 목표 성능의 차이를 분석해 목표 달성에 필요한 유지관리 계획을 세우고 실천해야 한다.

이제는 사고 '대응형 유지관리체계'에서 '예방적 유지관리체계'로의 전환은 선택이 아닌 필수이며, 더 이상 구호로 외치는 안전이 아닌 안전의식이 사회문화로 스며들어야 한다. 10년 후에는 노후시설물이 21.5%까지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은 이런 변화의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올해는 시설물 안전 및 유지관리 정책의 시발점이었던 국가적 재난인 성수대교 붕괴사고가 발생된 지 20년이 되는 해다. 그동안 부단한 노력으로 시설물의 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으로 관리되고 있는 국가 주요시설물의 안전은 확보됐지만, 국민의 삶과 밀접한 소규모 시설물은 안전관리대상에서 제외돼 국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숨겨진 재난으로 존재하고 있다. 더욱이 우리나라 시설물은 고령화 시대로 진입하고 있어 이로 인해 발생되는 다양하고 복잡한 문제점을 국민생활과 밀접한 시설물과 함께 보완하고 개선해야 할 중요한 시점이다. 생활 주변에서 노후된 시설로 부지불식간에 인명피해를 야기할 수 있는 요인을 끌어안고 살아가야 한다는 것은 작지 않은 사회적 리스크다.

지난 20여년간 건설인들의 숨은 노력으로 시설물 안전관리제도가 정착되고 기술력 향상이 이뤄진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부터는 시야를 더 넓혀 시설물에 대한 국민의 보편적 안전과 행복을 추구하기 위해 다시 한 번 마음자세를 가다듬어야 한다. 어이없는 사고로 인한 인명과 재산피해는 개인 차원에만 머무르지 않는다는 점에서 갈수록 늘어나는 시설물의 안전관리를 위한 변화된 모습을 보여야 할 때다.

장기창 한국시설안전공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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