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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기술 벤처' 외면하는 정책자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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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창업ㆍ벤처기업 지원 자금이 성장 가능성 있는 '기술 벤처'가 아닌 재무등급이 높은 우량 기업에 편중돼 온 것으로 나타났다. 기술성과 사업성은 있으나 담보력이 약한 기업을 지원한다는 취지와 거꾸로다. 보증금지, 채권시효 연장 등으로 '패자부활'도 어려운 현실이라고 한다. 감사원이 최근 기술보증기금, 중소기업진흥공단, 중소기업청, 신용보증기금 등을 대상으로 지원 실태를 점검한 결과다.

기보의 경우 2008~2013년 6월까지 신규보증을 실행한 업체(6만7584개) 중 3만8292개(56.7%)가 민간 금융기관에서 자금을 충분히 조달할 수 있는 신용등급 B 이상 기업이었다. 특히 재무 신용등급이 높은 업체에는 보증을 늘려온 반면 신용등급이 낮은 업체 및 보증잔액은 줄여왔다. 기술력이 우수해도 신용등급이 낮으면 기술평가도 하지 않은 채 보증을 거절했다는 게 감사원의 지적이다.
중진공은 융자 여부를 결정하는 심사기준에 기술성보다는 담보력을 우선했다. 애초 성장 가능성이 우수한 기업을 발굴한다는 정책 목표를 외면한 것이다. 특히 신보와 기보 등은 실패한 기업인이 면책된 경우에도 보증채무 기록을 공유하면서 보증을 금지해 왔다고 한다. 재도전 기업인의 의욕을 사실상 막아온 것이다. 역대 정부가 강조해온 벤처생태계의 '패자부활'은 말뿐이었다.

저성장이 고착화하는 상황에서 경제가 활력을 찾기 위해서는 벤처기업의 육성이 중요하다. 2001년부터 2010년 사이 벤처기업의 연평균 고용 증가율은 8.1%로 일반 중소기업의 3.7%나 대기업의 1.2%보다 훨씬 높다. 정부가 제2의 벤처 붐에 공을 쏟는 이유다. 하지만 벤처기업은 지난 6월 현재 2만9000여개로 2012년 이후 제자리다. 정책 자금의 공급 불일치, 창업 재도전 기회 부재 등이 걸림돌로 작용한 탓이 크다.

벤처기업은 속성이 고위험ㆍ고수익이다. 벤처 육성에 위험이 따르는 건 당연하다. 옥석은 철저히 가려야 하지만 가능성 있는 기술력보다 재무구조가 지원 여부를 결정하는 최우선 요소가 되서는 안 된다. 창업-성장-회수-재투자ㆍ재도전의 선순환이 이뤄지도록 가능성 있는 벤처기업에 투자하고 재기를 도와야 한다. 정부는 벤처육성이라는 정책 목표가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는지 철저히 점검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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