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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백 작가, 몽골 대초원에서 진정한 여행의 뜻을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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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에게, 몽골-초원으로 가는 39가지 이야기]

[아시아경제 이규성 기자]
이시백 소설가.

이시백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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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인들은 말한다. "하루 300km를 달리는 몽골 기마병보다 더 빠른 사람은 한국 관광객이 유일하다."고. 그러면서 새벽에 일어나 밤 늦게까지 초속을 다투며 옮겨다니는 '한국적 여행 관습'에 혀를 내두른다. '누가 유목민의 후예가 아니랄까봐 !' 수백만 화소의 디지털 카메라, 스마트폰 앱북을 장착한 한국인의 그랜드 투어 탐닉은 유목민보다 더 유목적(?)이다.

본래 인류의 존속은 '생존'과 결부된 여정으로 이뤄져 있다. 농경이 시작되기 전, 인류는 멈출 줄 모르고 끊임없이 이동해왔다. 그러나 인류는 강가의 비옥한 땅을 점유해 정착한 이후 성채를 쌓느라 많은 시간과 정열을 바쳤다. 유목민에게 정착-여행의 중단-은 곧 멸망이다. 정착 농경민인 우리들에게 여행은 항상 귀환을 전제로 한다. 사전에 꼼꼼히 계획을 짜고, 온갖 체험을 다 해야 알찬 여행으로 여기는 사람이라면 허허벌판, 막막한 대초원과 사막은 그저 한번쯤 소비할만한 여행지일 뿐이다.
이에 이시백 작가(사진)의 여행서 '당신에게, 몽골'(꿈의지도 출간)은 여행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되묻게 한다. 따라서 이 책은 '몽골로 가는 39가지 이야기'로 대초원에 이르는, 여러 관문을 가르쳐준다. 초원을 떠도는 사람과 짐승들, 유목민의 집 '게르', 몽골의 술 '아이락', 사막의 보석같은 별, 늑대 등......

이시백 작가는 기실 몽골병 환자다. 술 취하면 집에 가는 것처럼 늘상 그의 발길은 텅 비고, 고요하고, 적막한 초원을 헤멘다. 그래서 사람들은 묻는다. "거기 가 봐야 뭘 볼게 있다고 한번도 아니고 자꾸 간대 ?" 그는 대답한다. "볼 게 없는 거 보러 가." 이 작가는 2003년 이후 총 8회, 120여일 이상 몽골을 여행했다. 그리곤 몽골 초원에서 풍경과 조우하고, 사람들과 교류하며 하나씩 유목적 삶에 물들어 갔다. 또 다시 그는 초원을 찾아나설 예정이다. 이번엔 여럿이 함께 간다. 오는 7월14일엔 김형수 시인, 전성태 작가 등 한국작가회의 소속 회원들과 한·몽 작가 교류에 나선다. 모두 한민족의 시원이 깃든 몽골 대초원에 부지런히 징검다리를 놓는 작가들이다.

"몽골을 여행하는 동안 궁핍함의 아름다움을 느꼈다. 유목민들은 일년에 여덟번까지 이사한다. 그래서 항상 최소한으로 짐을 꾸린다. 그들에겐 문명에 물들지 않고 절제하는 삶의 미덕이 있다. 우리는 정착생활하는 농경민으로 온갖 파괴를 일삼는다. 자연과 동화되려는 노력도 게을러졌다. 대초원은 개발에 찌든 우리들에게 대안적 삶을 깨닫게 하고, 여행의 궁극적 가치를 일러준다. 양젖을 짜고, 마유주 빚고, 간혹 말에 올라 며칠을 내달리고, 또 풀이 나는 자리를 찾아 이주하고......그런 여행, 그런 삶을 꿈꾼다.""
이 작가는 17년째 경기 남양주 수동면 광대울에서 농경적 삶을 꾸리고 있다. 텃밭을 일구고, 소설을 쓰며 자급자족한다. 이 작가는 몽골여행 와중에 장편소설 '사자클럽 잔혹사', '나는 꽃도둑이다', '종을 훔치다'를 비롯해 소설집 '갈보콩', '누가 말을 죽였을까', '890만번 주사위 던지기' 등을 썼다. 이제 정착민인 그의 몽골병은 누구도 못 말린다. 나이 59세, 그는 "고비 사막에 작은 주막집을 열고 싶"은 소망에 들떠 있다.

"처음 광대울에 들어왔을 때는 숲이 온전했다. 몇해 지나 전원주택, 카페, 식당이 밀려 들고, 인근에 아파트 단지도 늘었다. 개발에 상처받고, 신음하는 모습을 보며 4대강과 같은 거대한 토목사업이 타당한가라는 회의에 빠졌다. 온전한 볼모지, 드넓고, 끝없는 하늘·땅으로 이어진 대초원에 마음을 빼앗겼다. 그래서 여생을 그런 곳에서 보내고 싶은 생각이 간절하다."

이 작가는 "오늘날 대초원은 우리에게 관광의 대상으로 전락했다"며 "우리 문화가 서구 중심으로 편중돼 있는 상황에서 몽골 대초원이라는 새로운 문학적 공간은 전위적 배경이 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몽골 대초원에서) 정말 독한 마음으로 리얼 노마드를 체험하고 싶다면 식사는 라면과 밥으로 때우고, 숙박은 천막과 침낭으로 해결하라. 밤에 늑대가 겁나면 캠프장 울타리 곁에서 야영하라. 몽골의 망망한 벌판을 걷게 된다면 무엇이든 하고 싶은 것을 하라. 그대가 아무렇게나 움직이는 몸짓은 춤이 될지니 물구나무를 서든, 벌거벗고 달음박질을 하든 몽골에게 물으라."




이규성 기자 peac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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