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가 아끼던 영웅이 빛을 잃었다. 홍명보 축구대표팀 감독(45). 지나친 제 식구 감싸기와 결과에만 집착한 자충수로 회복하기 어려운 궁지에 몰렸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자주 들린다.
에둘러 즉답은 피했으나 사퇴에 무게가 실린 발언이다. 지난해 6월 취임한 그의 계약기간은 2년이지만 국가대표 경기가 예정된 내년 1월 호주 아시안컵이 실질적인 임기다. 그러나 월드컵에서의 부진한 성적과 대표팀 운영을 둘러싼 논란을 감안하면 지휘봉을 계속 잡기란 쉽지 않은 선택일 것이다.
원칙과 소신을 강조하던 그는 선수 선발에서부터 잡음을 일으켰다. 청소년대표팀부터 지켜본 멤버들을 지나치게 신뢰한 탓이다. 실전 감각이 부족하고 컨디션이 저하된 선수라도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여론의 반대를 무릅썼다. 실제로 보여주는 경기력보다 자신의 경험을 더 신뢰했다. 공개적으로 천명한 국가대표 선발 기준까지 뒤집으면서도 납득할만한 해명은 내놓지 않았다. 월드컵이라는 대의를 앞세워 눈과 귀를 닫았다. 일찌감치 스물세 명을 확정짓고 변수에 대처할 수 있는 기회도 막아버렸다.
홍 감독의 과거에 대한 지나친 집착은 자신이 아낀 선수들에게도 상처를 안겼다. "준비가 부족했다"는 태극전사들의 공통된 반성은 응원해준 팬들을 더욱 허탈하게 한다. 그들만의 성에 갇힌 대표팀에게서 홍 감독이 약속했던 축구를 통한 희망은 끝내 볼 수 없었다.
김흥순 기자 spor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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