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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병선의世·市·人]합리성에 대한 맹신, 그 속에 도사린 위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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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병선 성균관대 경영대학원 겸임교수

정병선 성균관대 경영대학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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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과 기대수익 사이의 선형적 보상관계'라는 간명한 패러다임으로 요약할 수 있는 현대투자이론은 여러 가지 가정을 채택하고 있다. 그중 하나가 '대부분의' 투자자는 합리적 기준을 근거로 이성적인 투자 행동을 한다는 가정이다. 그러나 현실의 투자 세계에 들어서는 순간 이 순진한 가정은 맥없이 무너져 버린다. 합리적 기준이란 정의는 애매하고 이성적인 투자 행위의 개념은 모호해지는 것이다. 간단한 수식으로 정리된 위험과 수익의 관계도 실상은 일종의 복잡계를 이룬다. 그 복잡성 앞에 인간의 이성은 무력하다. 위험과 수익의 구성요소는 역동적인 상호작용으로 걷잡을 수 없는 변화를 이끌어내 시세의 변동성을 증폭시킨다. 사람들은 이 변동성을 맞아 기약도 없고 대책도 마땅찮은 싸움을 벌인다. 이성적 대응은 드물고 감성적 충동은 흔한 이 싸움에서 인간의 인지오류와 심리적 편향에서 비롯되는 불가사의한 일탈적 행위는 거의 치명적으로 '보상받지 못하는 투자위험'으로 작용한다.

시장에서 만인(萬人)은 만인의 적으로 존재한다. 시장에서 부딪치는 적은 포괄적이면서 개별적이어서 피아(彼我)의 구분은 모호하다. 가장 극복하기 힘든 적은 투자자 자신이다. 헤아림 없이 시장의 표피적 상황에 휘둘려 저지르는 감정적인 투자 행위 그 자체가 감당하기 힘든 적이 되곤 한다. 시장의 호황기에는 분별없는 욕심이, 침체기에는 근원을 알 수 없는 공포와 체념이 굳게 지켜야 마땅한 이성의 눈을 가려 실패와 좌절의 구렁텅이에 스스로 몸을 던지기 일쑤다. 반복적으로 당하면서도 늘 후회하지만 막상 닥치면 그 무엇에 홀린 듯 피해갈 수 없는 이 비극적 상황은 차라리 투자자의 숙명이라 할 만하다. 그 어떤 정교한 매매기법이나 완벽한 투자원칙도 '공포와 탐욕'이라는 마음 속 마물(魔物)을 만나면 무너져 버린다. 평정을 잃은 마음은 바로 '심리적 편향'으로 변질돼 투자 행위를 규율하게 되는데 대부분 참담한 실패로 귀결된다.
경제적 이익을 경쟁적으로 추구하는 인간 심리의 근저(根底)를 파고들어 '시장의 비효율성'을 입증하고 그 해법을 모색하고자하는 '행태재무학(Behavioral Finance)'은 인간의 불완전한 이성과 게으른 본성이 빚어내는 '심리적 함정'을 체계적으로 규명하고 있다. 객관적 근거 없이 과도한 자신감을 갖는 과신 편향(overconfidence bias), 자의적인 특정 기준에 심리적 닻을 내려 집착하는 기준점 편향(anchoring bias), 잘못된 선택이나 실수를 합리화하기 위해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는 인지부조화 편향(cognitive dissonance bias), 잘되면 제 탓, 못되면 남의 탓하는 자기귀인 편향(self-attribution bias), 불가항력적인 시장상황도 자신의 운으로 바꿀 수 있다고 믿는 통제착각 편향(illusion of control bias) 등등, 이루 다 열거하기조차 힘드니, 단언컨대 이 '제한된 합리성(bounded rationality)'의 촘촘한 그물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은 없을 성 싶다.

'대학 8조목(條目)'의 하나인 정심(正心)은 수신(修身)의 전제조건이다. 이를 방해하는 감정으로 노여움(忿), 두려움(恐懼), 좋아하고 즐김(好樂), 근심과 걱정(憂患)등을 대학은 들고 있다. 정심으로 수신하지 못하면 곧 편벽(偏僻)된 행동으로 나타나는데 친애(親愛), 천시하고 미워함(賤惡), 외경(畏敬), 슬퍼하고 안타까워함(哀矜), 거만하고 나태함(敖惰)이 그 동인(動因)이다.
 마음의 위태로움이 어찌 투자의 세계에서만 문제가 되랴. 첨단 정보화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일상은 정보를 수집하고, 해석해, 판단하고 결정하는 순간의 연속이다. 논어에 '공자는 네 가지가 없었으니. 사사로운 뜻이 없었으며, 꼭 하겠다는 것이 없었으며, 고집이 없었으며, 오직 나뿐이라는 집착도 없었다.(子絶四 毋意,毋必,毋固,毋我)'라 했으니 성인의 통연(洞然)한 마음을 이름이다. 새겨들을 일이다.

정병선 성균관대 경영대학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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