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 간 밥그릇 싸움이 발단이다. 연비 검증은 당초 산업부 몫이었으나 자동차관리법이 개정되면서 국토부도 지난해 사후검증을 처음 실시했다. 두 부처 모두 공인된 방법으로 검증했을 텐데 다른 결과가 나왔다. 연비 검증 영역 다툼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한 얕은 술수로 비친다. 부처 간 갈등을 조정해야 할 기획재정부는 '혼합적이라고 판단했다'며 손을 뺐다. 무책임의 극치이자 행정 난맥의 전형이다.
정부가 이런 판이니 자동차업체가 책임있는 조치를 취할 리 있겠는가. 현대차는 엇갈리는 검증결과를 수긍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소비자 보상에 대해서는 아무런 얘기가 없다. 현대차가 지난해 미국에서 연비 과장으로 90만명에게 3억9500만달러를 보상하기로 한 것을 떠올리면 국내 소비자만 봉이 된 꼴이다. 어느 쪽의 조사 결과든 부적합 판정이 내려졌다면 소비자에게 사과하고 보상방안을 내놓는 게 기업의 정도다. 쌍용차도 마찬가지다.
연비는 소비자가 자동차를 고를 때 최우선으로 따지는 항목의 하나다. 연비 과장은 대표적인 소비자 기만 행위다. 특히 우리나라는 세계 시장에서 경쟁하는 자동차 강국 아닌가. 글로벌 수준의 엄격한 규정과 강력한 처벌이 당연하다. 우리나라의 연비 오차 허용범위(5%)도 미국(3%)에 비하면 너무 관대하다. 최고 10억원인 과징금을 대폭 올리는 것은 물론 집단소송제 도입으로 소비자피해 보상도 강화해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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