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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산기업의 불투명한 앞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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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경제부 양낙규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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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국내 방위산업의 문을 연 장본인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다. 1960년대 후반 리처드 닉슨 미국 대통령은 대(對) 한반도 전략을 수정하면서 한국에 주한미군 철수 카드를 내밀었다. 이 때문에 박 전 대통령은 "우리 손으로 무기를 직접 만들어 자주국방을 이룩하자"고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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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 설립된 기관이 국방과학연구소(ADD)다. 박 전 대통령은 초대 소장에 자신의 군 선배이자 당시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부소장이었던 신응균 장군을 임명하고 연구소장의 지위도 장관급으로 격상시켰다. 박 전 대통령은 또 방위산업의 육성을 위해 자신을 총책임자로 한 '방위산업 확대 진흥회의'도 매월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지시한 것이 병기긴급개발사업(번개사업)이다.

방산의 성과는 박 전 대통령의 육성정책 속도전 만큼이나 빨리 나타났다. 1971년 12월16일, 청와대 접견실에 들어온 박 전 대통령은 깜짝 놀랜다. 우리 손으로 직접 만든 M1소총과 60mm박격포 등 8종의 무기체계가 눈 앞에 놓였었기 때문이다. 박 전 대통령은 이 무기들을 청와대 경호실 지하실로 가지고 내려가 진열했다. 이밖에 66㎡(20평) 규모의 지하실 3개 벽면에는 방산기업에 맡겨 비공개로 개발된 폭약류도 전시했다.

박 전 대통령의 방산에 대한 애착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김종필 당시 국무총리 등 15명의 각료를 모아놓고 방위산업을 육성시키기 위한 산업공단(산단) 개발도 지시했다. 산단 개발을 위해 이병철 전 삼성그룹 회장과 민석홍 전 대우그룹 전무도 투입됐다. 이렇게 민간기업까지 뛰어들어 개발한 산단이 바로 창원산단이다. 1974년 문을 연 창원산단에 처음 둥지를 튼 방산기업은 기아기공(현대위아), 대한중기(세아베스틸), 통일중공업(S&T중공업), 제일정밀(퍼스텍), 대우중공업(두산인프라코어) 등이다.
문을 연 지 40년이 지난 창원산단은 얼마나 변했을까. 2013년 산업연구원이 조사한 통계에 따르면 국내 방위산업 50대 기업(2012년 매출) 중 창원산단내 기업만 13개사가 포함돼 있다. 13개 기업의 총 매출액은 3조3323억원으로 방위산업 전체 매출액 10조8936억원의 30.59%에 해당된다.

이렇게 역사와 수치로만 보면 창원산단내 방산기업들은 신명이 나야한다. 하지만 최근에는 울상만 짓고 있다. 두산DST의 경우 K-21 보병장갑차의 침수사고 이후 매출액은 줄었다. 2011년에는 9110억원을 기록했지만 2012년에는 6503억원으로, 지난해에는 5380억원까지 떨어졌다. K-2전차의 핵심부품을 생산하는 S&T중공업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방산부문 매출액은 2011년 3100억원에서 2012년에는 2800억원으로 떨어지더니 지난해에는 2300억원으로 줄었다.

앞으로가 더 문제다. 최근에는 일본이 '무기수출 3원칙'을 47년 만에 개정하고 수출을 총괄하는 조직인 방위장비청(가칭)을 설립하겠다고 나섰다. 세계 100대 방산기업 명단에는 일본 방산기업이 9개나 된다. 이에 반해 국내기업은 4개에 불과하다. 고사직전에 있는 국내 방산기업들이 연구개발비까지 줄이고 있을 때, 일본은 수출시장 장악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현 정부는 방산이 창조경제의 핵심산업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핵심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정작 기술료나 지체상금제도 등 제도 개선을 외치는 사람이 없어 답답할 뿐이다.



양낙규 기자 if@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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