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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산의 성과는 박 전 대통령의 육성정책 속도전 만큼이나 빨리 나타났다. 1971년 12월16일, 청와대 접견실에 들어온 박 전 대통령은 깜짝 놀랜다. 우리 손으로 직접 만든 M1소총과 60mm박격포 등 8종의 무기체계가 눈 앞에 놓였었기 때문이다. 박 전 대통령은 이 무기들을 청와대 경호실 지하실로 가지고 내려가 진열했다. 이밖에 66㎡(20평) 규모의 지하실 3개 벽면에는 방산기업에 맡겨 비공개로 개발된 폭약류도 전시했다.
박 전 대통령의 방산에 대한 애착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김종필 당시 국무총리 등 15명의 각료를 모아놓고 방위산업을 육성시키기 위한 산업공단(산단) 개발도 지시했다. 산단 개발을 위해 이병철 전 삼성그룹 회장과 민석홍 전 대우그룹 전무도 투입됐다. 이렇게 민간기업까지 뛰어들어 개발한 산단이 바로 창원산단이다. 1974년 문을 연 창원산단에 처음 둥지를 튼 방산기업은 기아기공(현대위아), 대한중기(세아베스틸), 통일중공업(S&T중공업), 제일정밀(퍼스텍), 대우중공업(두산인프라코어) 등이다.
이렇게 역사와 수치로만 보면 창원산단내 방산기업들은 신명이 나야한다. 하지만 최근에는 울상만 짓고 있다. 두산DST의 경우 K-21 보병장갑차의 침수사고 이후 매출액은 줄었다. 2011년에는 9110억원을 기록했지만 2012년에는 6503억원으로, 지난해에는 5380억원까지 떨어졌다. K-2전차의 핵심부품을 생산하는 S&T중공업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방산부문 매출액은 2011년 3100억원에서 2012년에는 2800억원으로 떨어지더니 지난해에는 2300억원으로 줄었다.
앞으로가 더 문제다. 최근에는 일본이 '무기수출 3원칙'을 47년 만에 개정하고 수출을 총괄하는 조직인 방위장비청(가칭)을 설립하겠다고 나섰다. 세계 100대 방산기업 명단에는 일본 방산기업이 9개나 된다. 이에 반해 국내기업은 4개에 불과하다. 고사직전에 있는 국내 방산기업들이 연구개발비까지 줄이고 있을 때, 일본은 수출시장 장악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현 정부는 방산이 창조경제의 핵심산업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핵심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정작 기술료나 지체상금제도 등 제도 개선을 외치는 사람이 없어 답답할 뿐이다.
양낙규 기자 if@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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