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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내라 대한민국] 다국적기업 휘청, 요동치는 경제를 읽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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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선미 기자]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위축됐던 세계 경제가 최근 완만한 성장세로 활기를 띠고 있지만 다국적기업들의 표정이 밝지 않다. 세계 각지에 자회사ㆍ지사ㆍ합병회사ㆍ공장 등을 확보하고 생산ㆍ판매활동을 수행하는 기업 특성상 국가간 갈등, 환율 변동성 확대, 복잡해진 규제환경 등이 모두 다국적기업을 겨냥한 칼날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진다"=중국이 지난달 아시아 국가간 영토분쟁이 한창인 남중국해에서 석유 시추작업을 하면서 불거진 중국-베트남 간 갈등에 다국적기업들은 공포에 떨어야만 했다.
베트남 내 반(反)중국 정서가 확산되자 불안감을 느낀 중국 근로자들이 베트남을 이탈했고, 이에 따라 다국적기업에 완제품을 납품 하는 베트남 진출 중국 하청업체들의 생산 차질이 불가피했다.

애플의 아이폰ㆍ아이패드를 생산하는 대만 팍스콘의 베트남 공장, 나이키ㆍ아디다스 등에 스포츠화를 공급하는 중국 위위안(裕元)공업의 베트남 공장 등이 반중 정서 확산으로 타격을 입고 공장 가동을 중단해야 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최근 아시아에서 고조되고 있는 지정학적 긴장 분위기를 '아시아의 봄(아랍의 봄에 빗댄 표현)'이라고 표현하며 다국적기업이 입을 타격을 우려한 것도 이 때문이다.

다국적기업에 제품을 납품하는 중국 하청업체 대부분이 중국에 집중돼 있던 생산기지를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생산비가 더 저렴한 제3국으로 옮긴 터라 동남아 지역에서 반중 정서가 고조될 때마다 다국적기업들은 공급망 타격을 우려할 수 밖에 없다.
미국 정부가 최근 중국군 해커 5명을 기업 정보 유출 혐의 등으로 기소하면서 불거진 중국과 미국간 마찰도 다국적기업에 치명타를 날렸다. 대표적인 피해자는 마이크로소프트(MS)다. MS는 중국 정부가 각 부처에 윈도8 운영체제(OS) 사용 금지 명령을 내린 것을 두고 중국 해커 기소에 대한 보복성 조치라고 이해하고 있다. 지난달 월스트리트저널(WSJ)은 MS 외에도 시스코 시스템스, IBM 등 미국에 본사를 둔 다국적 IT 기업들이 중국-미국 간 사이버전쟁의 최대 피해자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합병하면서 불거진 서방국의 대(對) 러시아 경제제재도 러시아 진출 다국적기업들의 숨통을 조이고 있다. 러시아를 최대 시장으로 삼고 있는 프랑스 유제품회사 다농, 글로벌자산의 15%를 러시아에 집중 투자한 펩시코, 러시아 자동차 시장에 적극적 투자를 해온 르노닛산ㆍGMㆍ포드 등이 위협을 느끼고 있는 대표적 다국적기업들이다.

지난달 군부가 '쿠데타'로 정권을 장악한 태국과 올 초 반정부시위로 홍역을 치른 캄보디아에서는 H&M, 갭, 나이키, 아디다스 등 다국적 의류기업들이 잇단 현지근로자들의 시위로 고통을 감수해야만 했다.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다"=2008년 금융위기로 세계 경제가 휘청거리자 다국적기업들은 해결책을 신흥국에서 찾았다. 당시만 해도 미국ㆍ유럽 등 서방국의 경제성장률이 추락하고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은 탓에 다국적기업들은 인구가 많고 성장동력이 풍부한 신흥국에 투자를 집중하고 진출하는 게 살길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최근 중국ㆍ인도 등 다국적기업들을 설레게 했던 신흥국 경제의 성장 속도가 빠르게 꺾이면서 신흥국 투자에 '올인'했던 다국적기업의 뒤통수를 때린 격이 됐다. 게다가 미국의 출구전략으로 인한 신흥국 통화 가치 하락은 다국적기업에 환차손 부담까지 안겨주고 있다.

생활용품 제조업체 프록터앤갬블(P&G)과 유니레버는 신흥국 경제성장 둔화로 기대했던 실적 증가세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IBM은 회사의 가장 큰 도전 과제를 중국 등 신흥국의 줄어드는 하드웨어 수요라고 보고 있다.

영국 주류업체인 SAB밀러는 매출부진뿐 아니라 남아프리카공화국 랜드화를 비롯해 호주, 콜롬비아, 페루 등지의 통화 약세로 3월말로 끝난 2013 회계연도에 4억달러가량의 환차손을 떠안아야 했다.영국 출산용품업체 마더케어 역시 러시아 루블화를 비롯한 각국의 통화 약세로 그룹 전체 매출의 60%를 차지하는 해외 판매량이 타격을 입었다.

◆누적되는 준법 피로=FT는 지난 10일(현지시간) 다국적기업들이 복잡해진 규제환경 속에서 누적되는 준법 피로에 시달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대표적인 예가 유럽에 본사를 둔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이다.

스위스 2위 은행인 크레디트스위스(CS)는 지난달 미국 부유층 고객의 탈세를 도운 혐의를 유죄로 인정하고 미국 사법당국에 26억달러의 벌금을 내기로 합의했다. CS의 벌금 지출에 따른 손실은 2분기 실적에 반영될 예정이며 CS는 타격 최소화를 위해 미국 내 일부 사업 처분도 검토 중이다.

프랑스 최대은행인 BNP파리바는 미 법무부에 단일 은행 사상 최고액의 벌금을 내야할 처지에 놓였다. BNP파리바가 수년 동안 미국의 경제제재를 무시하고 이란, 수단 등과 금융거래를 했기 때문이다. 현재 최종 벌금액을 놓고 조율 중이지만 업계에서는 그 액수가 최대 16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CS는 아직 정확한 벌금액이 결정되지 않은 BNP파리바의 경우를 제외 하더라도 유럽 은행들이 각종 소송, 벌금 등으로 지출한 금액이 이미 1040억달러에 이른다고 추산했다.

한편 다국적기업들에 대한 국가간 조세회피 규제 협력도 이들의 준수 피로도를 높이고 있다. 유럽연합(EU)은 10일 미국 애플을 상대로 역외탈세와의 전쟁을 선언하고 아일랜드에서 이뤄진 애플의 역외탈세 의혹을 정식으로 조사 중이다. 최근 미국 정부도 다국적 기업의 탈세를 막기 위해 중국, 영국, 일본 등 주요 6개국과 조세동맹을 맺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WSJ은 다국적기업의 조세 회피 규모를 연간 3조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보고 있다.



박선미 기자 psm8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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