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 남원 실상사에서 고려시대 때 만들어진 대형 정원연못의 흔적이 온전한 상태로 발견됐다. 사찰 내부에 연못을 만들어 보행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조경 목적으로 추측되는 정원연못의 흔적은 국내에서 처음 발견돼 학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11일 문화재청의 허가를 받아 발굴조사를 하는 매장문화재 조사기관 불교문화재연구소는 전라북도 남원시 산내면에 있는 남원 실상사(南原 實相寺, 사적 제309호) 양혜당과 보적당 건립부지에서 독특한 모습의 고려 시대 사찰의 원지(苑池, 정원 연못)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연못을 중심으로 건물지 2동, 석렬(石列) 1기, 담장지 1기 등도 확인됐으며, 연화문(蓮花文) 수막새, 초화문(草花文) 암막새, 실상사(實相寺)라는 명칭이 조각돼 있는 기와 조각 등 유물 80여 점도 함께 발굴됐다.
원지는 고려 시대 초기에 제작된 것으로, 선종 가람(사찰)에서 원지의 기능과 의미에 대한 실마리를 제공할 수 있는 중요한 유구로 판단된다. 연구소 관계자는 "이런 특이한 형태의 원지가 아직 국내에선 발견된 적이 없다. 선종에서는 물과 관련된 시설이 중요한 것으로 문헌 등에 나타나 있다. 관련돼 앞서 부여 정림사지, 익산 미륵사지 등은 사원의 밖에서 원지들이 쌍으로 발견돼 왔다"며 "일본에서도 지난해 사적명승으로 지정된 원지가 있는 사찰을 조사한 결과 100건 정도가 확인됐고, 이 중 절반 가량이 선종가람에서 나온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고려 시대 불화인 ‘관경16관변상도(觀經16觀變相圖)’에서 연지와 배수로가 확인돼 고대 정원 연구에서 중요한 자료를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며 "이 불화에는 주변에 정자도 그려져 있는데 앞으로 추가 발굴을 진행한다면 관련 건축물들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오진희 기자 valer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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