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딸아이가 스케이트 보드를 배우는데 열심이다. 헬멧에 무릎 보호대, 장갑까지 끼워서 보내지만 그래도 멍 투성이다. 처음에는 공원 한구석에서 타더니 이제는 자전거 도로에서 자전거와 나란히 쌩쌩 달린다. 주변을 둘러보자 순식간에 눈앞을 스쳐 지나가는 빠른 속도의 자전거도 흔하다. 대부분이 헬멧도 쓰지 않은 채 봄바람을 즐기고 있다. 인라인을 타는 사람도 무릎 보호대 정도만 착용했을 뿐 헬멧은 잘 쓰지 않는다. 딸아이 역시 잠시 타보더니 헬멧을 벗겠다고 했다. 덥고 불편한데다 다른 사람들도 대부분 안쓰고 있는데 자신도 굳이 쓸 필요가 없다며 고집을 부려 결국 벗겨주었다. 그 순간 앞 자전거를 앞질러 가려다 인도를 침범한 자전거와 부딪칠뻔한 아찔한 순간이 있었다. 잠시 멈춰서서 미안하다고 말한 그 사람은 별것 아니라는 듯이 페달을 밟으며 사라졌다. 자전거 한대가 겨우 지나갈만한 자전거 도로에 바짝 붙은 인도, 앞 자전거가 속도를 내지 못하면 반대편 도로에 자전거가 오지 않을 때 앞질러야 한다는 기본적인 안전 수칙도 모르는 사람, 인도와 자전거 도로를 구분하지 못하고 마음껏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아이들, 조금 불편하다고 생명과 직결되는 헬멧을 벗게 한 나, 이것이 우리 사회의 안전인식을 대변하는 것이다.
하지만 안전관련 교육 대책은 찾아보기 어렵다. 당장의 사회 분위기에 편승한 대책은 수 없이 많지만 근본적인 안전과 관련한 대책은 지금 당장 필요하지 않다는 생각일까. 정부와 재계에서 안전관련 대책을 마련하는 사람이라면 바로 한강 자전거 도로로 가보기를 권한다. 왜 이런 일이 끊이지 않는가를, 안전사고를 막으려면 어린 시절부터 체계적인 안전 교육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명진규 기자 ae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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