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남재준 국정원장이 물러났다. 박근혜 대통령은 22일 남원장의 사표를 수리하면서 1년 2개월만에 사퇴하게 됐다. 육군사관학교출신 원장들중에서는 가장 장수했지만 역대 원장들에 비하면 단명한 셈이다.
1987년 민주화 항쟁 이후 현재까지 국정원장에 취임한 사람은 남원장을 제외한 17명이다. 이 중 민간인은 10명, 육사출신은 7명이다. 최장수 재임기간을 기록한 원장들은 모두 민간인 출신이다. 30대 원세훈(4년1개월) 전 원장을 비롯해 17대 서동권(2년6개월), 26대 고영구(2년3개월), 25대 신건(2년1개월), 20대 김덕(1년10개월) 전 원장 등이다. 반면 육사출신 원장들의 재임기간은 짧았다. 19대 이현우(4개월) 전 원장이 대표적이다. 이밖에 20대 천용택(7개월), 16대 박세직(7개월) 전 원장이 손에 꼽힌다.
남원장은 취임 이후 대북이슈보다 국내 정치상황이 더욱 주목받으면서 정국의 핵으로 떠올랐다. 그는 6월 말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전문을 전격 공개한 것을 시작으로, 최근에는 RO(혁명조직)의 실체를 적발하고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을 내란 음모 혐의 등으로 구속하는 등 큰 파장을 일으켰다.
일각에서는 김장수 국가안보실장, 남재준 국가정보원장으로 이어지는 안보라인이 흔들리게 되면 김관진국방장관 교체설도 다시 수면위로 올라오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 초 남재준 국가정보원장(육사 25기), 김장수 국가안보실장(육사 27기), 김관진 국방부장관(육사 28기)을 안보라인의 전면에 내세워 육사 전성시대를 열었다.
정부 출범 6개월이 지나가면서 이들 육사 출신 3인방의 명암이 엇갈릴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17일 “남 원장이 야권의 집중포화를 받고 있다는 사실이 역설적으로 그의 존재감이 얼마나 큰지를 입증한다”고 말했다.
북핵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전시작전권 전환 시기를 다시 연기하겠다는 정부의 방침이 결정되는데도 남 원장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후문이다. 공안당국 관계자는 “군 출신인 남 원장이 아니면 시도할 수도 없었던 일들이란 평이 많다”며 “‘진격의 남재준’이란 별명이 그냥 붙은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양낙규 기자 if@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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