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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백한 격조, 순백의 미학…거장들의 '백자'를 조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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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숙 백자대호, 2007, 백자토, 유백유, 지름 52.7cm, 높이 55cm, 개인소장

박영숙 백자대호, 2007, 백자토, 유백유, 지름 52.7cm, 높이 55cm, 개인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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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옥 팔각호, 연도미상, 세라믹, 지름 39cm, 높이 36cm, 서울미술관 소장

김정옥 팔각호, 연도미상, 세라믹, 지름 39cm, 높이 36cm, 서울미술관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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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한국인의 삶과 정신문화 속에 오랜 세월을 함께 해온 '백자'를 재조명하는 장이 열렸다. 단순한 형태, 순백의 색감을 지니는 조선백자는 그동안 담백한 격조와 전통미의 표상으로 사랑받아 왔다. 근현대에 이르러 백자는 도자기 외에도 회화, 설치, 영상 등 다양한 미술작품 속 소재로 자리하고 있다.

서울 종로구 부암동 서울미술관의 상반기 기획전 '백자예찬:미술, 백자를 품다'가 열리고 있다. 김가연 서울미술관 학예실장은 "강건하지만 소박한 우리민족의 정기를 표상해 온 조선백자의 미학은 우리 미술 속에 계승되고, 변화되며 새로운 모습으로 환생하고 있다"며 "백자가 갖는 미학적 우수성과 이를 계승하고 변용해 낸 미술가들의 예술적 성취를 통해 전통미학의 현대적 가치와 가능성을 가늠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시장에선 우선 '백자, 스미다'란 섹션으로 근현대미술의 거장들이 남긴 회화 작품들이 소개되고 있다. '달항아리 화가'라고 불릴 만큼 달항아리를 소재로 많은 작품을 남긴 김환기의 추상화부터, 자신의 호를 도자기의 샘이라는 뜻인 '도천(陶泉)'이라 지을 만큼 그 아름다움을 정물화로 표현했던 도상봉 등 대표 작가들의 작품들이 한데 모였다. 특히 1940년대 제작된 김환기 화백의 '섬스케치'는 작가의 고향인 안좌도를 배경으로 아낙들이 항아리를 이고 가는 풍경을 단순화시켜 그린 그림이다. 깊고 맑은 유백색의 색채, 도공들의 무작위(無作僞)적 작업 방식 등 백자가 갖는 미학을 추상언어로 표현한 박서보, 이동엽, 정상화, 정창섭의 단색조 회화도 소개돼 있다.

김환기 섬 스케치, 1940년대, 캔버스에 유채, 80x99.6cm, 서울미술관 소장.

김환기 섬 스케치, 1940년대, 캔버스에 유채, 80x99.6cm, 서울미술관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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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조선백자의 의미를 현재에 맞게 재해석하거나 확장하는 현대미술 작품들이 '백자, 번지다'란 섹션으로 선을 보였다. 백자를 현대적 감각에 맞춰 극사실주의 회화로 재현한 고영훈 작가와 달 항아리에 민족통일과 인류화합의 메시지를 담은 강익중, 백자 유물을 기록하고 그 아름다움을 새롭게 제시한 구본창, 3차원 도자를 2차원으로 변주해 표현한 이승희 그리고 여전히 발견되는 백자의 전통을 자장면 그릇을 통해 보여주는 노세환 작가까지 동시대 미술가들이 재창조한 백자 작품들이다.

마지막 '백자 이어지다' 섹션에서는 조선백자의 명맥을 이어가는 현대도예작가들의 작품들이 나왔다. 백자의 아취, 장인들이 뽐낸 불세출의 예술혼을 현대 작가들이 다시 구현해온 것들이다. 조선백자의 복원을 위해 한 평생을 바친 고(故) 한익환, 물레 성형의 원 형태에 파격을 가한 김익영, 광주 왕실도자기 초대 명장인 박부원, 조선시대 청화와 철화백자의 깊은 미감을 재현한 한상구, 9대째 도자 가업을 이어온 무형문화재 사기장 1호 김정옥, 빅토리아 알버트 뮤지엄의 최고 컬렉션에 꼽힌 달 항아리 작가 박영숙 등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김현숙 미술평론가는 "동양권에서도 한국에만 존재하는 독특한 기형의 달항아리는 한국인의 품성이 낳은 것이라 해도 과하지 않다"며 "수더분한 형상으로 타자의 접근을 수용하고, 부드러운 색감으로 긴장을 해소시키며 여백의 공간 철학으로 현대인의 강박증과 욕망을 해체하는 조선백자의 미학은 창조의 보고로 작동해 끊임없이 부활할 것"이라고 평했다.



오진희 기자 valer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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