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한국인의 삶과 정신문화 속에 오랜 세월을 함께 해온 '백자'를 재조명하는 장이 열렸다. 단순한 형태, 순백의 색감을 지니는 조선백자는 그동안 담백한 격조와 전통미의 표상으로 사랑받아 왔다. 근현대에 이르러 백자는 도자기 외에도 회화, 설치, 영상 등 다양한 미술작품 속 소재로 자리하고 있다.
서울 종로구 부암동 서울미술관의 상반기 기획전 '백자예찬:미술, 백자를 품다'가 열리고 있다. 김가연 서울미술관 학예실장은 "강건하지만 소박한 우리민족의 정기를 표상해 온 조선백자의 미학은 우리 미술 속에 계승되고, 변화되며 새로운 모습으로 환생하고 있다"며 "백자가 갖는 미학적 우수성과 이를 계승하고 변용해 낸 미술가들의 예술적 성취를 통해 전통미학의 현대적 가치와 가능성을 가늠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조선백자의 의미를 현재에 맞게 재해석하거나 확장하는 현대미술 작품들이 '백자, 번지다'란 섹션으로 선을 보였다. 백자를 현대적 감각에 맞춰 극사실주의 회화로 재현한 고영훈 작가와 달 항아리에 민족통일과 인류화합의 메시지를 담은 강익중, 백자 유물을 기록하고 그 아름다움을 새롭게 제시한 구본창, 3차원 도자를 2차원으로 변주해 표현한 이승희 그리고 여전히 발견되는 백자의 전통을 자장면 그릇을 통해 보여주는 노세환 작가까지 동시대 미술가들이 재창조한 백자 작품들이다.
마지막 '백자 이어지다' 섹션에서는 조선백자의 명맥을 이어가는 현대도예작가들의 작품들이 나왔다. 백자의 아취, 장인들이 뽐낸 불세출의 예술혼을 현대 작가들이 다시 구현해온 것들이다. 조선백자의 복원을 위해 한 평생을 바친 고(故) 한익환, 물레 성형의 원 형태에 파격을 가한 김익영, 광주 왕실도자기 초대 명장인 박부원, 조선시대 청화와 철화백자의 깊은 미감을 재현한 한상구, 9대째 도자 가업을 이어온 무형문화재 사기장 1호 김정옥, 빅토리아 알버트 뮤지엄의 최고 컬렉션에 꼽힌 달 항아리 작가 박영숙 등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오진희 기자 valere@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