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정적으로 삼성전자 경영진의 머리를 아프게 만든 것은 그가 강한 중독성을 가진 마약 LSD를 상습적으로 복용한 적이 있다는 사실이었다. 삼성전자의 임직원 중에 상습적인 마약 복용자가 있다는 사실이 외부에 알려질 경우 기업 이미지에 치명상을 입힐 수도 있었다. 이미 회사 내에서 그의 능력을 옹호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1년도 채 되지 않아 삼성전자는 조용히 그를 해고해 미국으로 돌려보냈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는 초기 스마트폰 개발에서 애플에 뒤처지는 치명적인 실수를 하고 말았다.
우리는 '창조적'이라는 단어를 좋아한다. 그리고 창조적 인물이 만들어 낸 제품과 서비스를 향유하며 즐거워한다. 잡스의 아이폰과 아이팟을 한시도 손에서 떼놓지 않으며, 그가 만든 태블릿PC는 노트북PC를 파괴하는 새로운 혁명이 되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창조성의 이면에 일반인이 이해하기 힘든 괴벽과 문화, 경우에 따라서는 조직에 융화되지 못하거나 반사회적인 성향까지 존재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다. 동질성을 강조하는 한국사회는 창조적인 인재조차 사회적으로는 '모범생'이기를 요구한다.
그러나 창조와 모범생은 태생적으로 서로 다른 종이다. 창조는 기존의 존재를 부정하는 데서 출발하는 것으로 기존 질서에 가장 잘 순응하는 모범생과 양립할 수 없다. 창조는 이단아들로부터 탄생하는 것이다. 놀랍게도 한국사회에서 이단아들이 혁신을 이룩한 사례가 있었다. 바로 온라인게임이다. 5000년 한국 역사에서 금속활자, 거북선에 이어 한국사회가 글로벌 제품혁신을 이룩한 사례는 온라인게임이 유일하다. 이런 온라인게임 혁신의 이면에는 리니지 개발자 송재경이나 넥슨의 김정주가 있었다. 그들은 밤낮으로 게임을 하며 놀다(?) 문제학생으로 찍혀 대학원에서 제적될 뻔하기도 했다.
얼마 전 삼성전자가 총장추천제를 철회하기로 했다. 사실 총장추천제는 서류 전형을 면제하는 수준으로 그리 대단한 인재 등용의 수단은 아니었다. 다만 기존의 SSAT라고 불리는 직무적성검사를 생략한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었다. 그러나 이런 총장추천제조차도 비판 여론에 밀려 철회했다.
창조적 인재 양성에 가장 중요한 것은 선별 기능이다. 그러나 한국 기업에 결정적으로 결여되어 있는 기능이 바로 이 선별 기능이다. 삼성전자조차 200개의 학교를 빌려 일제고사를 치러 모범생을 선발하는 판국에 창조를 논하는 것은 사치가 아닌가.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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