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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에서]복지재원 확보 방안으로서의 법인세 증세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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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세입ㆍ세출안이 새해 첫날에야 가까스로 국회를 통과했다. 그나마 눈길을 끄는 것은 국회가 박근혜 대통령의 증세 불가론을 무시하고 일부 증세에 합의한 점이다. 소득세 최고세율 38% 적용 대상 소득구간을 3억원 초과에서 1억5000만원 초과로 낮췄다. 법인세 최저한세(비과세나 감면소득이 아무리 많아도 일정 금액은 납부하는 제도) 세율도 16%에서 17%로 올렸다. 이를 통해 약 7000억원의 세수가 늘어난다고 한다.

이것으로 박근혜정부가 약속한 복지의 재원은 충분한가? 여전히 턱없이 부족하다. 국가 재정정책의 기초가 균형재정이란 점에서 볼 때 국회가 소득세 증세를 결정한 것은 평가받을 만하다. 그런데 법인세율 인상은 고려 대상에서 빠져 있다. 법인세 증세 불가론의 논리는 이렇다. '법인세 증세→투자재원 감소→경제 활성화 지체→고용시장 축소'로 이어지므로 지금 같은 경기 침체기에는 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틀린 말은 아니다. 일부는 맞다. 그러나 좀 더 긴 호흡으로 보면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법인의 투자 여부 결정요인은 세금보다는 수익보장 가능성이 더 크다. 1조원을 투자해 3000억원의 이익이 남는 신사업이 있다고 하자. 기업들이 앞다퉈 투자하려 들 것이다. 설령 법인세 세율을 22%에서 25%로 올린다고 해서, 그에 따른 추가적 세금 부담 90억원(3000억원×세율 인상분 3%) 때문에 눈앞의 3000억원을 포기하겠는가? 지금 재벌기업들이 신규 투자를 하지 않고 현금을 쌓아두는 것은 세금 때문이라기보다 수익창출 여건이 조성되지 않아서다.

또 하나 중요한 점은 법인세는 소득이 있어야만 과세된다는 것이다. 적자를 낸 법인은 세율이 인상돼도 과세되지 않는다. 이와 달리 부가가치세는 세율을 올리면 소비자의 형편을 가리지 않고 무차별적으로 적용된다. 이처럼 공평과세의 원칙에 부합하는 세금은 소득세와 법인세다.

한편 현행 법인세율 22%는 적정한가? 일부 개발도상국의 법인세율과 비교하면 적정하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우리와 경쟁하는 미국이나 유럽연합과 비교하면 우리나라 법인세율이 5~10%포인트 낮다. 미국과 유럽연합의 기업들은 우리보다 법인세율이 높은 상황에서도 한국 기업보다 국제 경쟁력이 강하다. 결국 이는 어느 쪽을 바라보고 말하는지의 선택 문제다.
게다가 개인기업의 최고세율은 38%, 법인기업은 22%에 불과하다. 자영 사업자가 2억원을 벌면 38%를 적용하고 법인기업의 2억원 소득에 대해서는 22%(현행 세율은 20%)가 적용된다. 같은 소득임에도 기업의 형태가 다르다는 이유로 세율 차이가 크게 나는 것은 조세의 중립성을 저해한다. 그리고 소득세가 개인기업의 가처분소득을 직접적으로 감소시켜 증세의 부담이 큰 반면 법인에 대한 과세는 준비금이나 유보소득을 이용함으로써 추가적 세금부담의 충격을 개인기업보다 상대적으로 완화시킬 수 있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법인세율을 올리자는 이야기는 아니다. 복지재원 마련이라는 대명제가 없다면 굳이 법인세율 인상을 거론할 이유가 없다. 국가재정에 적자가 나는 것을 감수하며 복지를 확대하겠다고 하니 그 재원 마련 방안으로 법인세율 인상을 검토해 보자는 것이다.

이런 주장이 제기되면 세율 인상 대신 비과세나 감면 대상을 축소하자고 한다. 그러나 이번 국회심의 과정을 보라. 압력단체의 로비가 얼마나 막강한가. 정부가 폐지하려고 한 비과세나 감면 조항의 상당수가 그대로 남았다. 이상과 현실은 이렇게 다르다. 따라서 국가재정의 균형을 꾀하며 복지확대 재원 마련을 위해 법인세율 인상을 고려하는 것도 필요하다. 괜히 애꿎은 봉급생활자나 중소기업의 주머니는 그만 뒤지고 말이다.

안창남 강남대 세무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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