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으로 박근혜정부가 약속한 복지의 재원은 충분한가? 여전히 턱없이 부족하다. 국가 재정정책의 기초가 균형재정이란 점에서 볼 때 국회가 소득세 증세를 결정한 것은 평가받을 만하다. 그런데 법인세율 인상은 고려 대상에서 빠져 있다. 법인세 증세 불가론의 논리는 이렇다. '법인세 증세→투자재원 감소→경제 활성화 지체→고용시장 축소'로 이어지므로 지금 같은 경기 침체기에는 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틀린 말은 아니다. 일부는 맞다. 그러나 좀 더 긴 호흡으로 보면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또 하나 중요한 점은 법인세는 소득이 있어야만 과세된다는 것이다. 적자를 낸 법인은 세율이 인상돼도 과세되지 않는다. 이와 달리 부가가치세는 세율을 올리면 소비자의 형편을 가리지 않고 무차별적으로 적용된다. 이처럼 공평과세의 원칙에 부합하는 세금은 소득세와 법인세다.
한편 현행 법인세율 22%는 적정한가? 일부 개발도상국의 법인세율과 비교하면 적정하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우리와 경쟁하는 미국이나 유럽연합과 비교하면 우리나라 법인세율이 5~10%포인트 낮다. 미국과 유럽연합의 기업들은 우리보다 법인세율이 높은 상황에서도 한국 기업보다 국제 경쟁력이 강하다. 결국 이는 어느 쪽을 바라보고 말하는지의 선택 문제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법인세율을 올리자는 이야기는 아니다. 복지재원 마련이라는 대명제가 없다면 굳이 법인세율 인상을 거론할 이유가 없다. 국가재정에 적자가 나는 것을 감수하며 복지를 확대하겠다고 하니 그 재원 마련 방안으로 법인세율 인상을 검토해 보자는 것이다.
이런 주장이 제기되면 세율 인상 대신 비과세나 감면 대상을 축소하자고 한다. 그러나 이번 국회심의 과정을 보라. 압력단체의 로비가 얼마나 막강한가. 정부가 폐지하려고 한 비과세나 감면 조항의 상당수가 그대로 남았다. 이상과 현실은 이렇게 다르다. 따라서 국가재정의 균형을 꾀하며 복지확대 재원 마련을 위해 법인세율 인상을 고려하는 것도 필요하다. 괜히 애꿎은 봉급생활자나 중소기업의 주머니는 그만 뒤지고 말이다.
안창남 강남대 세무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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