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관객 영화 관람횟수 올해 1인당 4.12회...전세계 1위
[아시아경제 조민서 기자]올해 한국 관객들이 세계에서 가장 영화를 많이 본 것으로 나타났다. 멀티플렉스의 확장과 한국영화의 두드러진 성장세가 관객들의 극장 나들이를 재촉했다. 하지만 '2억 관객' 시대의 이면에는 흥행영화 위주의 양극화와 여가생활의 획일화 등의 문제도 나타나고 있다.
23일 CGV가 영국의 미디어 리서치 업체 스크린다이제스트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올해 한국관객들은 1인당 평균 총 4.12회(예상)에 걸쳐 극장을 찾아, 전세계에서 가장 영화를 많이 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3.88회를 기록한 미국을 제친 것으로, 국민 연간 평균 4회 이상 극장을 찾은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그 결과 올해 극장을 찾은 관객 수는 지난 18일 최초로 2억명을 돌파했고, 연말까지 2억100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전체 극장 시장의 90% 이상을 차지한 멀티플렉스가 주로 쇼핑몰, 대형 상가 등에 위치하면서 관객들이 손쉽게 찾을 수 있는 장소가 된 데 힘입은 바 크다. 김형호 맥스무비 영화연구소장은 "영화가 특정 연령층과 관람행태 중심의 문화생활에서 불특정 다수의 소비생활로 확산됐다"며 "그 결과 영화가 다른 장르의 문화 콘텐츠와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시간 소비'라는 상품으로 체인형 커피전문점과 경쟁하게 됐다"고 말했다. 또 일부 대기업들
무엇보다 대중들이 영화관을 자주 찾는 이유는 공연, 스포츠, 여행 등 다른 여가생활에 비해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나 경기불황으로 사람들의 지갑이 가벼워진 최근의 상황에서는 저렴한 문화상품인 영화로의 '쏠림'현상이 심화된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지난해 국민들이 한 달 평균 여가비로 지출한 금액은 희망여가비 19만8000원보다 낮은 12만5000원으로, 이마저도 2010년보다 4만3000원이 줄었다. 또 10명 중 4명은 '경제적 부담'때문에 여가생활에 만족하지 못한다고 답했다. 이들이 희망하는 여가활동은 여행이나 문화생활이지만 현실은 TV시청에 만족해야 하는 상황이다. 저렴한 문화생활로 영화관람을 선택하고 있다는 얘기다.
영화 내부적으로도 속을 들여다보면 양극화 문제가 더욱 심해진 한 해였다. 대작 및 대기업 배급사의 작품에만 관객이 몰려 작은 영화들은 관객을 만날 기회조차 박탈당하는 경우가 많았다. 올해 한국영화 흥행 10위에 든 작품의 매출액은 전체 33.5%에 달했다. 외화까지 포함한 총 상위 20위 안에 든 영화의 매출액은 전체 매출액의 56%를 차지하면서 저예산영화나 독립영화가 설 자리도 줄었다. 김수현 영화진흥위원회 영화정책센터 연구원은 "대기업의 배급과 극장 수직계열화 등으로 일부 잘되는 영화에 돈과 관객이 몰리는 쏠림 현상이 나타났다"고 말했다.
조민서 기자 summer@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