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만 해도 일본·미국·유럽의 비트코인 거래소들이 비트코인 거래를 좌우했다. 그러나 어느 순간 비트코인 분야에서 리가 가장 중요한 인물로 급부상했다. 일본·미국·유럽의 비트코인 거래소들은 요즘 리 앞에서 기도 펴지 못한다.
이후 세계 최대 유통체인 월마트의 중국 지사로 자리를 옮겨 전자상거래 담당 부사장으로 일했다. 그러던 중 지난해 월마트가 자체 전자상거래 사이트 개발보다 기업 인수합병(M&A)에 더 관심을 보이자 월마트에서 나왔다. 대기업 직원으로 일하느니 자기 사업을 구상하겠다는 뜻에서다.
리가 비트코인에 대해 알게 된 것은 월마트를 그만두기 직전인 2011년이다. 그에게 비트코인의 존재를 알려준 이는 형이다. 애초 리는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비트코인 채굴에 나섰다. 그러나 어느 사이 비트코인의 미래를 간파하고 사업으로 생각하기에 이르렀다.
리는 자기 돈을 투자하고 다른 투자자들도 확보해 중국 상하이(上海)에 그럴듯한 사무실까지 마련했다. 설립 초 하루 수백건에 불과했던 거래량이 그로부터 6개월 뒤 하루 수천건으로 늘었다. 마침 비트코인 가치도 수직 상승하기 시작했다. 지난 3월 비트코인 가치가 260달러(약 27만6510원)로 오른 날 BTC월드에서 거래된 비트코인은 2만개다.
이후 비트코인 가치가 하락하면서 거래량이 하루 5000개로 줄자 리는 큰 결단을 내렸다. 거래 수수료 인하로 거래량을 늘리겠다는 것이었다. 팔고 살 때 붙는 1%의 수수료를 낮추면 거래가 활성화할 것이라는 생각에서였다.
리는 지난 9월 계획대로 실천에 옮겼다. 그의 판단은 적중했다. 이달 첫 주 BTC월드에서 하루 거래된 비트코인이 무려 6만개에 이르렀다. 거래 가치는 당시 시세로 1900만달러다. 이는 현재 유통 중인 전체 비트코인의 5%에 해당한다.
리는 중국에서 비트코인 거래가 급증한 원인이 중국인들의 특성에 있다고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중국인들은 비트코인을 쓰기 위해 사는 게 아니다. 중국인들은 불안한 미래에 대비해 저축한다. 이들에게 비트코인이란 금이나 현금과 다름없다. 게다가 양이 제한돼 있으니 사둘 가치는 더 있다. 미국과 달리 중국에서는 그림자 금융이나 사금융에 대한 규제가 아직 덜하다. 이도 중국인들이 비트코인을 선호하는 한 이유다.
리는 “초기 인터넷 상황과 지금 비트코인의 상황이 비슷하다”며 “비트코인을 좀 더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 BTC월드가 100년 이상 생존할 수 있게 키울 것”이라고 다짐했다.
백종민 기자 cinq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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