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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동양사태로 시장 건전성 판단하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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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수 증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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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욕은 좋은 것이다(Greed is good)." 영화 '월스트리트'(1987)의 주인공 '고든 게코'는 이렇게 읊조린다. 영화 월스트리트는 세계 금융의 중심지인 뉴욕 맨허튼 월스트리트에서 펼쳐지는 인간들의 탐욕과 기만, 그리고 허상을 담고 있다. 1980년대 실제 미국에서 일어났던 '정크 본드 내부 거래 스캔들'에서 모티브를 따왔다. 돈을 위해서라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투자가 '고든 게코'로 열연했던 마이클 더글러스는 영화 출연 당시 월가에서 열렬한 환영을 받았다. 그의 캐릭터가 자본주의의 화신과도 같았기 때문이다.

자본시장은 돈들의 전쟁터다. 때문에 바람 잘 날이 없다. 위기와 대책이 반복되지만 완치는 먼나라 얘기다. 탐욕 때문이다. 탐욕은 손쉬운 이득이라는 유혹을 재촉한다. 손쉬운 이득을 위해선 쏠림현상을 유도해야 한다. 여기에는 현란하게 포장된 요술방망이가 필요하다. 그 요술방망이는 때(?)가 되면 폭탄으로 돌변한다. 이 같은 악순환은 시장의 신뢰상실로 이어졌다.영화의 이야기로 끝난 게 아니다. 2007년 초부터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로 비틀대던 세계 경제는 2008년 9월 투자은행 리먼 브러더스의 파산으로 공황 상태에 빠졌다.
정말 영화 같은 얘기가 현실로 나타난지 정확히 5년째다. 이 기간 전 세계 도처에선 무수한 은행과 기업이 무너졌고 수천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졌다. 지구촌 차원의 공조체제가 구축돼 중간중간 회복기미가 보이는 듯하면 어김없이 대형 악재가 돌출됐다.

그럼 이제 시장은 천문학적 비용에 걸맞은 교훈과 안정을 얻었을까. 최근 국내 자본시장에서는 바람직하지 않은 현상들이 나타나고 있다.

동양그룹 사태가 자본시장 전체를 옥죄고 있다. 회사채 시장은 냉각되고, 원금보장이 안되는 증권상품에선 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있다. 투자자들도 아우성이다. 대기업의 도덕적 해이와 금융당국의 감독 부실에 울화가 치밀어서다. 동양그룹과 동양증권 내부에선 내분이 일어나고 사태에 대한 책임공방이 한창이다. 회사의 몰락에 그치지 않고 자본시장 전반에 '신뢰의 위기'로 이어질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오늘날 자본시장이 정착될 수 있었던 가장 큰 요인은 무엇일까. 바로 신뢰다. 거래 당사자들 간의 믿음을 바탕으로 금융투자 기술이 꽃을 피운 것이다. 따라서 금융투자는 상품거래와는 달리 당사자들 간의 신뢰가 깨지면 질서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그동안 여러차례 경고음도 있었다. 그런데도 우리는 그 불행을 막지 못했다. 이종걸 민주당 의원이 금융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금융당국이 접수한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사건 건수는 총 271건이었다. 이는 2010년 194건보다 39.7%나 늘어난 것이다.

증시 침체가 지속되면서 금융사고의 위험도 커지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각 증권사에서 발생한 금융사고는 지난해 총 22건으로 금감원이 연단위로 집계해 공시하기 시작한 2005년 이후 가장 많았다.

현재 국내를 비롯, 세계 금융시장은 초긴장 상태에 빠져있다. 미국 연방정부의 부채 한도를 증액하기 위한 미 정치권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지면서 미 재무부가 시한으로 경고한 날인 17일(현지시간)이 이틀 앞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이 상황에서 동양사태로 금융투자업계에 대한 투자자들의 불신이 심화된다면 자본시장은 존립기반마저 흔들릴 수밖에 없다. 시장은 한번 망가지기는 쉬워도 이를 다시 일으켜 세우는 것은 매우 어렵다.

금융당국은 서둘러 금융투자사와 투자자 양쪽을 모두 보호할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금융투자업계 역시 자본시장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가 더 이상 훼손되지 않도록 리스크 관리 체계를 더욱 강화해야 할 것이다. 투자자들도 동양그룹에서 동양증권에 비우량 회사채를 몰아준 지배구조 문제와 불완전판매 문제를 자본시장 전체의 건전성 문제로 확대해서는 안될 것이다.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마저 태우는 어리석음은 결코 범하지 말아야 한다.





김종수 증권부장 kjs33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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