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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태를 살펴라" 日 방사능 수산물 우려에 제수용품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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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태가 보내는 '조상님 전상서'

"동태를 살펴라" 日 방사능 수산물 우려에 제수용품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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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동해 명태입니다. 제 이름이 명태인 까닭은 명천(明川)에 사는 태(太)씨 성을 지닌 어부가 도지사에게 바친 물고기가 워낙 맛있는지라 진상(進上)한 사람을 고맙게 여겨 어명(魚名)으로 삼았다 하더이다.

제 몸은 얼리면 동태, 말리면 북어ㆍ황태, 어린 것은 노가리, 알은 명란, 창자는 창란이니 사람에게 이만한 육보시(肉布施)가 다시 있을지요. 조상님, 저는 명절 차례상에 빠짐없이 오르는 전과 포로 사랑을 받아왔습니다. 양명문의 시(詩)를 가사로 만든 가곡 '명태'에서 비장한 바리톤 오현명이 "짜악 짝 찢어지어 내 몸이 없어질지라도"라 부르짖으며 껄껄껄 웃은 것이 바로 저입니다.

올해는 그러나 제수용품에서 제가 골칫덩이가 되었습니다. 일본 방사능 때문인데, 주부들도 재래시장에서 저만 보면 눈을 피하는 지경이 되었습니다. 조상님. 제 몸에 무엇이 묻었든, 마음은 늘 변함없습니다. 올해는 제가 차례상에 오르지 못할 것 같습니다. 젓가락이 혹여 허전하시더라도 자손들 효심이 발로한 것이니, 섭섭해하지 마소서.
2013년 9월 16일 명천의 태가 올림

15일 독산동 현대시장 한 수산물 가게에는 '일본산은 판매하지 않는다'는 팻말까지 걸어놓았다.

15일 독산동 현대시장 한 수산물 가게에는 '일본산은 판매하지 않는다'는 팻말까지 걸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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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오주연 기자]좌포우혜(左脯右醯ㆍ차례상을 진설할 때 포는 왼쪽에, 식혜는 오른쪽에 차리는 격식). 이처럼 필수 제수용품인 포의 원재료 생태가 일본 방사능의 영향으로 올 추석 소비자들의 최대 고민거리로 부상했다.

조상에게 방사능 오염 노출 우려가 큰 제수용품을 올리자니 찜찜하고, 그렇다고 필수 제수용품을 아예 빼자니 뭔가 부족하고 해서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소비자들은 수산물이 불안하기는 하지만 추석을 앞두고 매년 차례상에 올려왔던 생선류까지 생략할 수는 없어 원산지를 꼼꼼히 살폈다.

추석을 사흘 앞둔 지난 15일 늦은 저녁 시간. 독산동 현대시장은 추석 전 미리 장을 보려는 주부들로 북적였다. 도라지, 사과, 배, 대추 등 추석 차례상에 올릴 제수용품을 사던 주부들이 유독 수산물 가게 앞에서는 원산지까지 확인하며 더욱 꼼꼼히 장을 봤다.

주부 황인자(가명ㆍ34)씨는 "일본 방사능 오염 때문에 100% 일본에서 수입한다는 생태는 먹지 않고 있는데 생태, 명태, 동태는 다 같은 생선 아니냐"면서 "하지만 차례상에 포를 빼놓을 수는 없어 특히 유심히 따지게 된다"고 말했다.

황태포나 북어포 등을 차례상에 올리는 주부들은 러시아산이라고 적힌 원산지를 확인한 후에야 장바구니에 물건을 담았다. 한 주부는 "믿고 먹는거지,뭐"라며 "차례상에 늘 올리던 것을 빼놓을 순 없다"고 했다.

수산물 상인 김경태(가명ㆍ48)씨는 "동태는 러시아산이기 때문에 일본산과는 전혀 상관이 없다"고 강조했다.

독산동 현대시장에서 수산물을 판매하는 이은영(가명ㆍ50)씨는 가게 입구에 아예 '일본산 판매 안해요'라고 적은 팻말을 걸어놨다. 그녀는 "이렇게라도 해야 생선 사가는 사람들이 덜 불안해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대형마트에서는 동태, 황태포 등을 러시아산, 알래스카산이라고 적극 알리며 소비자들의 불안을 불식시키는 데 애쓰고 있다.

이마트는 황태포의 경우 러시아산, 동태전용 생선은 알라스카산으로 대체해 판매하고 있다. 덕분에 추석을 앞두고 진행한 지난 10일과 11일 황태포 매출은 4.9% 하락했지만 동태전용 생선 판매는 155.1% 늘었다.

온라인몰에서도 지난 5~11일 건어물 전체 판매량이 지난해 추석 전 동기대비 10% 증가했다. 황태ㆍ명태ㆍ노가리 등은 13% 늘었고, 대구ㆍ동태 등의 판매는 32% 증가했다.



오주연 기자 moon17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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