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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등 신평사의 自省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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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곳 중 9곳 투자적격 '신용등급 인플레'…기업평가 '등급쇼핑' 고칠 때 됐다

[아시아경제 이승종 기자] 국내 신용평가 업계 1위인 한국기업평가 내부에서 '신용등급 인플레'를 두고 자성(自省)의 목소리가 연이어 터져나오고 있다. 등급 인플레가 이뤄져 왔음은 인정하지만, 현재 수익 구조상 불가피한 면도 있다는게 주요 골자다.

등급 상향에는 후하고, 강등에는 박한 신용등급 인플레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상반기 기준 국내 신평사가 부여한 회사채 신용등급 중 투자등급(AAA~BBB)은 88.7%로 90%에 육박한다. 10곳 중 9곳은 투자적격이라는 얘기다. 신용등급을 믿은 결과는 좋지 않았다. 지난해 A등급( 웅진 )에서 사상 처음으로 부도가 발생했고, 투기등급 부도율은 15.66%로 외환위기 이후 최고수준을 기록했다. 등급 인플레는 회사채 양극화의 주범으로 꼽히기도 한다.
임형섭 한기평 평가기획실장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가파른 신용등급 상승 비판에 신평사가 자유롭지 않은 건 일부 대규모 기업집단 소속 대기업의 등급을 (지난 10년동안) 5~7노치(notch) 상승시켰기 때문"이라며 "적절하지 않은 등급조정 속도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임 실장에 따르면 10년 전과 현재 등급을 비교한 결과, 대규모 기업집단 소속 대기업은 2.31노치 등급이 올랐고 전체 평균은 2.1노치였다. 대기업일수록 등급 상승폭이 컸던 셈이다. 임 실장은 "대규모 기업집단의 상승폭이 큰 배경은 국가경쟁력 강화 또는 신용도 상승 관점에서 이유를 찾을 수도 있다"며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은 피치 기준으로 1997년 B-까지 하락했다가 2000년 BBB+를 회복했고 지난해 AA-까지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마재열 한기평 평가기준실장은 등급 인플레의 원인은 국내 신용평가 시장의 구조적 특성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등급 평가를 의뢰하는 발행사에게 수익을 얻는 현 구조상, 발행사 눈치보기는 어쩔 수 없다는 것이다. 마 실장은 "발행사는 정확한 등급보다 높은 등급을 원한다"며 "등급을 낮추기라도 하면 다음 평가에서 배제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고 털어놨다. 한기평은 업계서 가장 보수적인 평가를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상반기 기준 점유율(커버리지 비율)이 60.5%를 기록해 지난해보다 6%포인트 하락했다.
발행사가 등급 강등은 싫어하고 상향조정은 좋아하니 신평사 사이에서는 꼼수 리포트도 남발한다. 등급 강등 리포트는 되도록 먼저 쓰지 않고, 상향조정 리포트는 앞다퉈 내놓는 식이다. 발행사 눈 밖에 나는 행동은 되도록 피하는 것이다. 다른 신평사 관계자는 "발행사는 물론 주관 증권사로부터도 '우호적인 등급을 주는 게 가능하냐'는 문의를 들을 정도"라고 귀띔했다.

마 실장은 "회사의 재무책임자 입장에서는 자금조달 비용을 낮추고 신용등급을 관리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겠지만, 신평사 의견을 재무정책에 반영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선진국에서는 평가사의 등급별 가이드라인에 기초해 레버리지 수준과 신용등급 수준을 결정하는 재무정책을 구사한다"고 말했다.

한편 등급 인플레는 금융당국 역시 인지하고 있는 사안이지만 아직 현실적 대안은 나오지 않은 상황이다. 이와관련, 금융감독원은 신평사를 규제하기 위해 지난 5월 금융투자감독국 산하 신용평가감독팀을 신설했다.



이승종 기자 hanaru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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