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im영역

[아,저詩]이경의 '웃고가는 신발 한 짝 - 서정춘 선생님의 '허시'에 차운하여'

스크랩 글자크기

글자크기 설정

닫기
인쇄 RSS
타고남은 서까래 그/게으른 문장의 갈비뼈로/복사꽃 한 채를 복원하는 일 가능할까 몰라

천년 묵은 복사꽃/복사꽃 가지 올려다보는 각도에서 어림잡은 기왓장 용마루/절 한 그루터기를 읽어내는 일 가능할까 몰라//활활 타는 독경소리/앗, 뜨거라 귀조차 태워버리고/한 발 헛딛는 바람에 천년 꽃잎의 재를 뒤집어쓰는 꼴이
무엇이 재미있다는 건지 껄 껄 껄 학의 어깨를 치켜들고/술 묻은 수염으로 웃고 가는/신발 한 짝

■ 타고 남은 서까래와 풍장이 남긴 뼈다귀를, 후배 시인은 절집으로 돌려놓고 싶고 아름다운 사람으로 되돌려 놓고 싶었다. 허시(虛詩)의 시인은 시의 문장을 벗고 훌훌히 떠났는데, 굳이 흩어진 시간을 붙잡아 오려는 것은, 그 시의 빈 곳을 즐기고 싶기 때문이다. 여백이란 무엇으로도 될 수 있는 신생의 공간이기도 하기에, 거기 천 년 묵은 복사꽃, 절 한 그루터기를 신축하는 꿈을 꾸는 것이다. 절만 있으면 재미없지 않은가. 독경 읽는 사람까지 거기 들어앉혔는데, 한순간 시간이 몰려와 다시 불타고 천 년 꽃잎의 재를 뒤집어쓴다. 그 윤회의 한 자락이 되살아나니, 도사 같은 허시의 주인이 막걸리 한잔 걸치고는 날아가는 모습을 보인다. 그 신발 한 짝엔 서까래나 뼈다귀마저 다 비웠다. 오후 햇살 한 줌이 내려와 외짝 신에 발을 꽂으며 껄껄껄 웃는다.





빈섬 이상국 편집부장ㆍ시인 isomis@
AD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본 뉴스

새로보기

이슈 PICK

  • [포토] 오동운 후보 인사청문회... 수사·증여 논란 등 쟁점 오늘 오동운 공수처장 후보 인사청문회…'아빠·남편 찬스' '변호전력' 공격받을 듯 우원식,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후보 당선…추미애 탈락 이변

    #국내이슈

  • 골반 붙은 채 태어난 샴쌍둥이…"3년 만에 앉고 조금씩 설 수도" "학대와 성희롱 있었다"…왕관반납 미인대회 우승자 어머니 폭로 "1000엔 짜리 라멘 누가 먹겠냐"…'사중고' 버티는 일본 라멘집

    #해외이슈

  • '시스루 옷 입고 공식석상' 김주애 패션…"北여성들 충격받을 것" 이창수 신임 서울중앙지검장, 김 여사 수사 "법과 원칙 따라 제대로 진행" 햄버거에 비닐장갑…프랜차이즈 업체, 증거 회수한 뒤 ‘모르쇠’

    #포토PICK

  • 車수출, 절반이 미국행인데…韓 적자탈출 타깃될까 [르포]AWS 손잡은 현대차, 자율주행 시뮬레이션도 클라우드로 "역대 가장 강한 S클래스"…AMG S63E 퍼포먼스 국내 출시

    #CAR라이프

  • [뉴스속 용어]한-캄보디아 정상 '전략적 동반자 관계' 수립 세계랭킹 2위 매킬로이 "결혼 생활 파탄이 났다" [뉴스속 용어]머스크, 엑스 검열에 대해 '체리 피킹'

    #뉴스속OO

간격처리를 위한 class

많이 본 뉴스 !가장 많이 읽힌 뉴스를 제공합니다. 집계 기준에 따라 최대 3일 전 기사까지 제공될 수 있습니다.

top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