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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명철의 인사이드스포츠]러시아 카잔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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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학선(가운데) 등 2013 카잔 하계 유니버시아드대회에 출전하는 한국 선수들[사진=정재훈 기자]

양학선(가운데) 등 2013 카잔 하계 유니버시아드대회에 출전하는 한국 선수들[사진=정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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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는 기자 시절 두 차례나 하계 유니버시아드대회를 취재하는 행운이 있었다. 올림픽이나 아시아경기대회에 견줘 비중은 낮지만 세계적 규모의 종합경기대회여서 스포츠기자라면 한번쯤 취재해 볼 만한 이벤트다.

전 세계 대학생들의 스포츠 축제인 유니버시아드대회는 한국과 적잖은 인연을 맺고 있다. 올림픽, 세계선수권대회 등 국제대회에서 이렇다 할 승전보가 전해지지 않던 시절 유니버시아드대회에서 울린 승전고는 국민들에게 많은 기쁨을 안겼다.
하계대회의 경우 소련 등 동유럽 나라들이 불참하긴 했지만 1967년 도쿄대회에서 여자농구는 같은 해 체코슬로바키아 세계선수권대회 준우승에 이어 금메달의 쾌거를 이뤘다. 이는 한국 여자농구가 세계무대에 이름을 떨치는 계기가 됐다.

1979년 멕시코시티대회에서 쿠바, 일본 등과의 접전 끝에 대회 첫 정상에 오른 남자 배구는 1995년 후쿠오카 대회에서 16년 만에 다시 정상에 섰고, 1997년 시실리 대회에서 2연속 우승에 성공했다. 2003년 우리나라에서 처음 열린 대구대회에서 또다시 금메달을 차지하는 등 남자 배구는 유니버시아드대회에서 유독 강한 면모를 보였다.

글쓴이가 취재한 1991년 셰필드대회에서 황영조는 2시간12분40초의 기록으로 우승했다. 대회 4개월 전에 열린 제62회 동아마라톤대회에서 2시간12분35초로 3위에 올랐던 황영조는 두 번째 풀코스 도전에서 국제무대에 이름을 알렸다. 1958년 도쿄 아시아경기대회 우승(이창훈) 이후 오랜 기간 이어져 온 마라톤 암흑기를 탈출하는 통쾌한 승전보였다. 황영조는 이듬해인 1992년 2월 벳푸-오이타 대회에서 당시 한국 최고기록(2시간8분47초)을 세웠고, 여세를 몰아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 금메달 레이스를 펼쳤다.
마라톤 경기가 있던 날 글쓴이는 메인 프레스 센터에 있었다. 2시간 12분대 기록을 갖고 있던 황영조의 우승 가능성을 낮게 봤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큰 실수였고 그래서 황영조가 역주행하는 해프닝이 있었단 사실도 뒤늦게 알았다. 대회 내내 유럽 특유의 찌는 듯한 더위가 이어졌는데 경기가 벌어진 7월 21일은 한낮 최고 기온이 섭씨 38도였다. 대회조직위원회는 도로 레이스를 마치고 스타디움에 들어서는 선수들이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고 일반 참가자는 왼쪽으로 방향을 잡도록 레인을 마련했다. 선두로 스타디움에 들어온 황영조를 대회 진행 요원이 오른쪽 레인으로 인도했어야 하는데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아 황영조는 무심코 일반 참가자 코스인 왼쪽 레인으로 접어들었다. 황영조가 그 레인을 따라 70m 가량 달려갔을 때 다행히 한 진행 요원이 부랴부랴 그를 오른쪽 레인으로 이끌어 정상 코스를 달릴 수 있었다. 70m를 역주행했으니 황영조로서는 140m를 손해 본 셈이 됐다. 2위인 겐지루 지쓰이(일본 2시간14분22초)가 워낙 뒤처져 있었기에 천만다행으로 우승할 수 있었다.

손연재[사진=정재훈 기자]

손연재[사진=정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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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축구는 1991년 셰필드대회 결승에서 유럽의 강호 네덜란드와 0-0으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5-4로 이겨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 등에 출전했던 홍명보는 이 대회에서 세계적인 수비수로 기량을 인정받고 이후 2002년 한일 월드컵을 비롯한 주요 국제 대회에서 맹활약하게 된다.

글쓴이는 다음 대회인 1993년 버팔로(미국)대회도 취재했는데 이는 박찬호가 메이저리그에 진출하는 결정적인 발판이 됐다. 박찬호는 쿠바와 치른 야구 결승전 5회에 마운드에 올라 5이닝 동안 4안타만 내주며 3실점(2자책점)해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의 관심을 모았다. 여러 스카우트 가운데 박찬호의 발전 가능성을 특히 눈여겨본 이가 로스앤젤레스 다저스의 짐 스토클이었고, 그해 12월 박찬호는 극비리에 미국으로 가 다저스와 입단 계약을 맺는다.

한국은 1997년 무주?전주 동계대회와 2003년 대구 하계대회에 이어 2015년 광주에서 다시 하계 유니버시아드대회를 개최한다. 대회에 앞서 오는 6일부턴 러시아 카잔에서 2013년 하계 유니버시아드대회가 열린다. 지난달 26일 서울 올림픽파크텔에서 이번 대회에 출전하는 선수단의 결단식이 열렸는데, 열렬한 스포츠팬이 아니면 대부분 이 소식을 알지 못할 것이다. 워낙 스포츠 이벤트가 많다 보니 유니버시아드대회는 이제 ‘찬밥’ 신세가 됐다.

그렇지만 이번 대회는 이전과 달리 꽤 많은 조명을 받을 것이다. 어느새 관심 종목이 된 리듬체조의 손연재와 기계체조의 양학선, 배드민턴의 이용대, 펜싱의 김지연과 신아람 등 아마추어 스타선수들이 여럿 출전하기 때문이다.

신명철 스포츠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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