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그렇게 얘기해도 안 통하면 좀 더 강력하게 나가야 한다. 해를 상대로 경제적 사회적 피해에 대한 행정적인 조치를 취하거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도 안 되면 봉쇄하는 것도 생각해 봐야 한다. 큰 보자기를 만들어 태양을 덮어씌우거나 한반도 전체를 뒤덮는 큰 우산을 만들어 차양막으로 쓰는 것이다. 게다가 이건 더위를 막을 뿐만 아니라 침체에 빠진 섬유업 등을 살리는 등 경기부양 효과도 거둘 수 있으니 일석이조다. 물론 쉽지 않은 공사이겠지만 이미 4대강 사업으로 대역사의 위업을 이룬 바 있으니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정부 청사의 냉방 가동이 중단되면서 벌어지고 있는 풍경은 내게는 일종의 농담과도 같다. 요즘 정부 부처실에서는 한낮에 더위로 후끈거리는 사무실에서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고 하고, "대낮에는 정신이 혼미해진다"는 말도 나돈다고 한다. 심지어 더위를 심하게 타는 것으로 알려진 한 부처 장관이 최근 외부 일정이 많이 늘어난 걸 두고 "후덥지근한 장관실을 벗어나기 위한 것"이라는 말까지 나돈다고 하니, 이 정도면 희극적인 상황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가 전력난에 책임을 지려는 자세는 좋다. 고통분담을 하려는 그 마음가짐도 칭찬할 만하다. 그러나 실내 온도가 30도에 육박하는 사무실에서 꿋꿋이 공무를 수행하기를 바라는 것은 비상한 인내력과 극기심을 요구하는 것이다. 아무리 어려운 관문을 뚫고 들어온 우수한 공무원들이라고 해서 매년 여름마다 '초인'이 되기를 바랄 수는 없다. 나는 초인이 아닌 '정상적인' 공무원들이, 정상적인 여건에서, 정상적으로 일하며, 정상적으로 성과를 내는 걸 보고 싶다.
"전통은 아무리 더러운 전통이라도 좋다"고 어느 시인은 선언했지만 지금의 희극적인 풍경이 전통이 되기 전에 좀 더 '창조적'이 되자. 창조경제 시대에 창조의 빈곤, 상상력의 빈곤, 공(公)의 빈곤은 더 이상 보고 싶지 않다.
이명재 사회문화부장 pro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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