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경제 현장에서 답을 찾다
-삼성전자 협력업체로 투자 확보
[아시아경제 박혜정 기자]박근혜 정부는 '창조경제'를 핵심과제로 삼고 우리 사회에 '창조란 무엇인가'라는 화두를 던졌다. 이에 대한 해답은 기존 사고의 틀을 깨고 혁신을 통해 도약을 일궈낸다는 실현 가치로 요약된다. 아시아경제신문은 창조경제의 해법을 모색하고 대안을 제시하자는 취지로, 국무조정실이 발굴한 사례 가운데 대표적인 창조경제 실천 기업들을 소개한다.
#지난 2007년 10월 일본의 반도체기업 AAT 대표가 경기 수원의 한 중소기업을 찾았다. 주택가 사이에 작게 자리잡은 곳이었다. 일본 기업의 대표는 2억원의 로열티를 일시불로 지불하고 향후 영업 수주물량의 절반을 이 업체에 넘겨주는 '파격 조건'을 제시했다. 계약은 성사됐다. 지금까지 일본에서 수입해오던 비메모리용 반도체 검사장비 부품을 역수출하게 된 것이다. 이 업체는 현재 국내 반도체 검사장치 분야에서 독보적인 1위이자 세계 6위를 달리고 있다.
하지만 김용균 대표는 지난 2001년 윌테크놀러지 창업 때부터 비메모리 전문회사로 방향을 잡았다. 새로운 시장에 도전하지 않고서는 미래가 없다는 판단에 따라서다. 기회는 이듬해 찾아왔다. 삼성전자가 비메모리 분야에 투자하기로 하고 DDI(Display Driver IC)용 프로브 카드 샘플 제작을 의뢰한 것. 국내 4개, 해외 1개 업체 등 총 5개 반도체 검사장치 전문 업체가 경쟁을 벌인 결과, 윌테크놀러지는 종합 5위, '꼴찌'를 했다.
그래도 기술 부문에서만큼은 1등이었다. 2위와의 격차도 컸다. 다행히 윌테크놀러지의 기술력과 가능성을 높이 산 삼성전자가 윌테크놀러지를 협력업체로 등록시키고 본격적으로 비메모리 분야에 투자 지원을 했다. 이 때 부터 윌테크놀러지는 성장세를 탔고 비메모리용 프로브 카드는 주력 사업으로 자리 잡았다.
윌테크놀러지의 도전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국내 비메모리 시장의 90% 이상을 장악하고 있던 때, 김 대표는 어떻게 회사의 지속적인 성장을 이끌어갈 것인가를 놓고 고민에 빠졌다. 결론은 하나였다. 3000억원대 규모인 메모리용 프로브 카드 시장에 진출하자는 것. 2008년 애플의 아이폰이 세상에 나오면서 스마트폰 시장도 열린 참이었다. 때마침 삼성전자에서도 스마트폰의 두뇌 역할을 하는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용 프로브 카드 개발에 도전해보겠느냐고 제안해왔다. 3년간 실패를 반복한 끝에 2010년 개발을 무사히 마쳤다.
김 대표는 "기존 비메모리 시장에 AP칩과 CIS를 얹어 지속 성장을 꾀했다"며 "한계에 도달했다 싶을 때 위험 부담을 안고서라도 신제품 개발에 도전했다"고 했다. 남들이 가지 않은 시장을 개척한다는 '한우물 외길 전략'을 펼친 것이다.
이런 기술을 바탕으로 윌테크놀러지는 지난해 마이크로닉스 재팬(Micronics Japan), 폼팩터(FormFactor), 재팬 일렉트로닉 머테리얼(Japan Electronic Materials), 마이크로프로브(Microprobe), 테크노프로브(Technoprobe)에 이어 세계 6위로 올라섰다. 창립 11년 만으로, 2011년 9위에서 세 계단이나 뛰어올랐다. 올해 목표는 세계 5위. '10년 내 세계 1위'라는 장기 목표도 세웠다.
김 대표는 "돌이켜보면 비메모리용, AP, CIS 등 5년 주기로 남들이 가지 않은 시장에 뛰어들어 신제품 개발에 도전했다"면서 "실패하더라도 외부에서 봤을 때 '윌테크놀러지는 뭔가를 할 수 있겠다'라는 신뢰가 쌓인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하는 길을 걸어왔다"며 "미래에 다가올 시장을 예측하고 남들이 가지 않았던 길로 뛰어든 게 성공의 비결"이라고 강조했다.
박혜정 기자 park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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