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한국언론학회, 대학생 설문
[아시아경제 조민서 기자]"기업, 정부, 국민, 시민사회 등 모든 경제주체가 창조경제 실현을 위한 주역이 되고, 정부는 개개인의 창의력이 발현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며, 무엇보다 성적위주의 획일적인 교육제도를 탈피하는 것."
대학생들이 그린 창조경제의 모습을 종합해보면 이 같은 결론이 나온다. '창조경제'는 박근혜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지만 정부 출범 초기부터 그 모호성으로 인해 많은 논란이 있어 왔는데, 대학생들의 말을 종합하면 모호한 창조경제의 하나의 윤곽이 그려지는 듯하다.
대학생의 48.6%는 창조경제가 산업경제, 지식경제 등 이전 경제 패러다임과 '다르다'고 답변했다. 세부적으로는 '다르다'가 38.4%, '많이 다르다'가 10.2%, '보통'이 27.5%, '다르지 않다'가 18.7%, '전혀 다르지 않다'가 5.3%로 집계됐다. '다르다'고 응답한 비율은 대학생보다는 대학원생에서 더 높게 나타났다.
그렇다면 이들이 생각하는 창조경제란 무엇일까. 창조경제를 하기 위한 정부의 역할로는 '정보통신기술(ICT)과 과학기술 역량 강화(94.6%)'와 '창의성이 보상받는 환경 조성(88.7%)'이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기업의 역할로는 '새로운 아이디어와 도전, 창의적 사회문화 정착을 위한 노력(96.8%)'과 '대기업 중소기업 동반성장(91.8%)'이 꼽혔다. 특히 남학생은 기업의 연구개발(R&D) 지원확대와 정부의 ICT 및 과학기술 역량강화에, 여학생은 정부의 일자리 창출과 경제민주화에 더 동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창조경제를 가로막는 요인 1위로는 '규격화, 성적위주의 획일적 교육제도'가 40.4%로 성별 및 전공을 불문하고 가장 많은 답변을 기록했다. 중ㆍ고등학교 때까지 입시위주의 교육을 받아온 대학생들이 이에 대한 폐단을 가장 심각하게 여기고 있다는 분석이다. 다음으로는 대기업ㆍ중소기업 간 불공평(35.0%), 정치권ㆍ시민단체 등 사회 이해집단의 갈등(15.5%), 정부의 규제(8.2%), 세계 시장 환경에서의 대한민국의 역 할(0.9%) 등의 순을 보였다.
대학생들이 창조경제 실현을 위해 미래창조과학부에 바라는 점은 '개개인의 창의력 이 발현되는 환경조성(27.4%)'과 '과학기술ㆍ산업ㆍ문화 등 각 분야의 융합발전(26.2%)'이 1ㆍ2위를 차지했다. 주로 남학생이 융합발전을, 여학생은 창의력이 발현되는 환경조성을 꼽았다. 상대적으로 경제환경에서 기회를 얻지 못한다고 느끼는 여학생들이 '환경조성'을 더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는 얘기다. 이 밖의 답변으로는 '새로운 산업과 일자리를 위한 신성장 동력 창출(16.9%)', '국민의 요구를 국가 정책에 반영(9.9%)', '과학기술과 ICT의 조화로운 발전(7.8%)' 등이 있다.
창조경제 실현을 위해 가장 중요한 주체로 기업(20.0%)과 정부(15.0%)를 꼽는 학생들이 많았다. 일반국민은 7.7%, 시민사회 4.4%, 자영업자 0.8% 등의 순을 기록했다. '모두 다'를 꼽은 학생이 52.2%로 가장 많았다. 박종민 경희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이는 정부가 대전제 차원에서 리더십을 발휘해 이끌고 가더라도, 결국 정부보다는 기업이 이 같은 문제에 더욱 중심적으로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는 의미"이며 "한편으로는 정부주도의 경제 변화에 대해 학생들이 전체적으로 크게 공감을 보이지 않고 있는 것으로도 해석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대학생들이 예상했던 것보다 '창조경제'에 대해 거부감없이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본인들이 피부로 느꼈던 주입식ㆍ암기식 교육에 대해서는 문제점을 많이 느끼고 있었으며, 그 결과 다른 어떤 요소보다 창의적인 교육과 창의적인 환경을 중요하게 여기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조민서 기자 summ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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