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보다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그제 미 의회 청문회에서 한 증언이 시장에 충격을 주었다. 그는 오는 9월쯤 자산매입 축소를 통해 양적완화 출구전략의 실행에 나설 가능성이 없지 않음을 시사했다. 대체로 내년 이후로 예상됐던 일이 훨씬 앞당겨질 수 있다는 얘기다. 이에 국제 금융시장은 바로 달러화 강세, 일본 국채 금리 상승, 주요국 주가 급락으로 반응했다.
일본에서 주가가 폭락한 것은 미국의 양적완화 출구전략 개시 움직임이 투자자들로 하여금 일본 국채 매도에 나서게 하리라는 우려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국채 금리가 더욱 상승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240%나 되는 국가부채에 대한 일본 정부의 지급이자 부담을 가중시킬 것이다. 이는 일본판 재정위기의 점화로 이어질 수 있다. 그렇잖아도 대규모 돈 풀기 중심의 아베노믹스가 가격 거품만 일으키고 실물경기 회복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던 터다. 이런 마당에 재정위기까지 급한 불이 되면 아베노믹스는 힘을 잃게 될 수 있다.
물론 FRB가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무시하고 독단적으로 움직이지는 않을 것이다. 주요국들 사이에 양적완화 출구전략에 관한 조율이 어느 정도 이루어질 것이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우리나라를 포함한 신흥 경제국의 사정은 부차적 고려사항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우리로서는 당장의 금융시장 불안정에 현명하게 대응하는 동시에 미국의 양적완화 출구전략 실행이 본격화한 뒤의 상황에 대한 정책 대응 시나리오를 잘 가다듬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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