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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詩]문정희의 '물을 만드는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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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아, 아무데나 서서 오줌을 누지 말아라
푸른 나무 아래 앉아서 가만가만 누어라
아름다운 네 몸속의 강물이 따스한 리듬을 타고
흙 속에 스미는 소리에 귀 기울여 보아라
그 소리에 세상의 풀들이 무성히 자라고
네가 대지의 어머니가 되어가는 소리를
때때로 편견처럼 완강한 바위에다
오줌을 갈겨 주고 싶을 때 있겠지만
그럴 때일수록
제의를 치르듯 조용히 치마를 걷어올리고
보름달 탐스러운 네 하초를 대지에다 살짝 대어라
그리고는 쉬이 쉬이 네 몸속의 강물이
따스한 리듬을 타고 흙 속에 스밀 때
비로소 너와 대지가 한 몸이 되는 소리를 들어 보아라
푸른 생명들이 환호하는 소리를 들어 보아라
내 귀한 여자야

문정희의 '물을 만드는 여자'

■ 이 시를 포르노로 읽어가고마는 덜 여문 눈이라 할지라도, 읽다보면 경건한 원시(原始)의 들판 위에 마고 여신처럼 앉은 아름다운 영성(靈性)을 만나게 된다. '하느님이 어머니였다'는 노자의 견해를 굳이 들지 않더라도, 여성은 땅이 지닌 핵심적인 미덕을 품고 있다. 생명을 생산하는 존재의, 부드러움과 생명력과 깊이와 인내심과 어둠과 축축함을 지니고 있는 여성에 관해, 이렇게 조근조근 펼쳐놓는 여성을 보았는가. 딸들의 비밀을 엿듣는 오줌의 눈물샘.





빈섬 이상국 편집부장ㆍ시인 isom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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