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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로켓잔해 건져올린 SSU '17일의 작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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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로켓잔해 건져올린 SSU '17일의 작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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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 공동취재단·진해=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거친 파도 두려우랴∼ 우리는 해난구조대∼"

`해난구조대'가를 부르며 웃옷을 벗은채 구보에 나선 잠수사들의 목소리는 우렁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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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군의 도시인 경상남도 진해에 위치한 해군 해난구조대(SSU)에서 만난 잠수사 60여명은 수심 80m 이상의 해저에서 북한 장거리 로켓(은하-3호)의 1단 추진체 잔해를 인양한 주역들이다.

해군은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 직후부터 지난달 27일까지 진행된 로켓 잔해 인양 작업을 `17일간의 완전작전'이라고 부른다.
군산 서방 160㎞ 해상에 떨어진 산화제통과 연료통, 엔진잔해 등 1단 추진체 잔해 14점을 정확히 탐지, 7차례의 심해 잠수로 모두 인양하면서 `사막에서 바늘 찾기'로 여겨졌던 잔해 인양작전을 100% 완수했기 때문이다.

1회 잠수에 평균 2점의 잔해를 건져 올릴 정도로 인양 작업은 효율적으로 이뤄졌다. 혹한의 추위(영하 2~5℃)와 강한 조류(시속 0.9~1.3㎞), 짧은 시정(0.5~1.0m) 등 악조건 속에서도 부상자가 한 명도 발생하지 않았다.

▲세종대왕함 8조각 1단 추진체 잔해 탐지 = 해군이 북한 로켓기술 연구에 유용한 재료가 될 추진체 잔해를 확보할 수 있었던 것은 로켓 발사 당일인 지난달 12일 변산반도 서쪽 해상에서 대기하던 세종대왕함의 첨단레이더(SPY-1)가 8조각으로 나뉜 1단 추진체의 잔해 낙하를 정확히 탐지했기 때문이다.

세종대왕함 사격통제사인 최영 상사는 진해군항에 배치된 청해진함(3200t)에서 지난 2일 국방부 공동취재단과 가진 인터뷰에서 "북한 미사일을 발사 52초만에 탐지했다. 이후 분리된 1단 추진체는 8개로 나뉘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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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상사는 당시 세종대왕함 전투정보실에 근무하면서 북한의 장거리 로켓을 최초로 탐지한 인물이다.

최 상사는 "SPY-1은 파리까지 잡아낼 정도로 정밀하다"며 세종대왕함이 잔해가 떨어진 위치를 식별한 것이 인양 작전 성공에 첫 단추가 됐음을 강조했다.

세종대왕함에 탑재된 링스헬기가 출동해 덩치 큰 잔해가 해상에 떠 있는 것을 확인했다. 이 잔해는 결국 가라앉았지만 SSU와 청해진함 소속 심해잠수사들이 다음날부터 인양작업에 착수해 14일 새벽 0시26분에 건져 올렸다. 길이 7.6m, 직경 2.4m 크기의 1단 추진체 산화제통이었다.

▲두 발 앞도 안 보이는 심해에서 사투 = 구조함인 청해진함의 이송용 캡슐(PTC)을 타고 수심 88m 해저로 내려가 산화제통을 가장 먼저 발견한 심해잠수사 강상우 상사는 짧은 시정 때문에 탐색작전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다.

강 상사는 "PTC에서 두 발만 옮겨도 PTC가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며 "한참을 찾다 보니 눈앞에 하얀색이 보였고 `은하' 글자도 식별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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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심 300m 잠수기록을 가진 베테랑 잠수사인 강 상사조차 탈진 상태에서 위로 올려지는 등 탐색 작업은 해난구조대 잠수사들에게도 힘든 일이었다.

강 상사는 "심해에서는 몸을 움직이기 힘들다"며 "육상에서 움직이는 것처럼 하면 근육 경련이 일어난다"고 말했다.

긴 원통형인 산화제통은 한쪽이 해저 펄에 파묻혀 있어 청해진함 갑판으로 끌어올리기까지는 2회에 걸친 심해잠수를 포함해 근 9시간의 작업이 필요했다.

엔진 잔해를 발견한 심해잠수사 김순식 중사는 "지휘부에서 3개의 타킷이 있다고 지시했다"며 "물속에선 시야가 흐리기 때문에 엔진이라고 판단하기 위해서는 탐색을 많이 해야 했다"고 밝혔다.

합동참모본부는 16일 공식적으로 인양 작전 종료를 선언하면서 기상조건이 좋아지면 소해함 등을 보내 훈련을 겸한 탐색은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추가로 잔해를 인양하는 것은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러나 해군의 생각은 달랐다. 산제화통 하나로 만족할 수 없고 모든 잔해를 수거해야겠다는 오기가 발동한 것이다.

기상악화로 평택항 등에서 대기하던 청해진함과 5척의 기뢰탐색함은 19일 다시 현장에 투입됐다. 기뢰탐색함은 옆으로 음파를 쏘는 측면주사음탐기(SSS), 수심을 조절해 음파를 쏘는 가변심도음탐기(VDS) 등을 활용해 산화제통이 추락한 주변 해저에서 금속물체 탐색에 나섰다.

그러던 중 산화제통이 발견된 곳 북쪽 450m 지점에서 금속재질로 추정되는 물체 다수를 기뢰탐색함인 웅진함이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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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기 잔해 발견.."심 봤다" = 기뢰탐색함들을 운용하는 52기뢰전대장 신종열 대령(해사 41기)은 해당 내용을 보고받는 자리에서 "심 봤다"라고 소리쳤다.

신 대령은 "조류가 남쪽에서 북쪽으로 흐르는 것을 고려해 잔해도 북쪽으로 갔을 것으로 판단하고 탐색한 것이 주효했다"며 "이후 모든 탐색은 해당 지점에 집중했다"고 밝혔다.

인양 작전을 지휘한 제55구조군수지원전대장 김진황 대령(해사 40시)은 "미사일(로켓) 잔해가 펄에 덮이고 있어 조기에 발견하지 못했다면 영원히 찾을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청해진함은 심해잠수사를 태운 PTC를 내리기 전 PTC 유도추인 `앵커웨이트'에 조명과 함께 수중카메라를 달아 좌우로 흔들면서 로켓 잔해인지를 확인했다.

김 대령은 "앵커웨이트에 수중카메라를 달아 내리는 것이나 구조함과 기뢰탐색함이 200m 이하의 가까운 거리에서 함께 탐색임무를 수행하는 것은 우리 해군만이 가진 인양작전 노하우"라고 설명했다.

20일부터 이틀간 3명씩 2조로 심해잠수사들이 수심 80m 이하로 내려가 1단 추진체의 연료통과 연료통 하단부위, 엔진 연결링 등 3점의 잔해를 식별하고 고장력 로프에 묶어 인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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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켓 엔진 잔해도 대부분 수거 `쾌거' = 잔해 인양작전은 기상여건 악화로 22일부터 나흘간 다시 중단됐다.

26일부터 재개된 인양 작전은 1회 잠수에 3점의 잔해가 인양될 정도로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27일까지 이틀간 1단 추진체 엔진과 자세제어장치 등 10점의 잔해가 수거됐다.

이때 건진 엔진부품은 북한 로켓기술의 핵심을 파악하는데 결정적인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해군은 특히 북한이 1단 추진체에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노동-B(무수단) 엔진 잔해 대부분을 건지는 성과를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제병렬 청해진함장(해사 43기)은 "이번 인양작전은 로켓 잔해의 낙하지점을 식별한 세종대왕함과 소나로 해저에 있는 잔해를 탐지한 기뢰탐색함, 인양작업을 한 청해진함, 심해에서 탐색 및 로프 결속 작업을 한 청해진함과 SSU 소속 심해잠수사 등이 오케스트라와 같은 팀워크로 이뤄낸 합작품이었다"고 강조했다.



양낙규 기자 i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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