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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도전 사라진 대한민국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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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료 적음, 매서운 추위, 수개월간의 암흑, 끊임없는 위험, 안전한 귀환 보장 못함, 성공한 경우에는 명예와 인정을 받음'

이 같은 근무조건을 제시한다면 요즘 몇 명이나 지원할까 싶다. 이 구인공고의 제목은 '위험한 여행을 함께 할 남자들 구함'이다. 1914년 영국 탐험가 어니스트 새클톤(Ernest Shackleton)이 남극대륙을 가로지르는 원정에 나서며 '타임스'에 낸 광고다. 얼토당토 아니한 이 광고에 수백 명의 남자들이 도전장을 냈고 마침내 원정은 성공했다. 모든 대원들도 무사 귀환했다.
글로벌 경제가 '저성장의 늪'에 빠졌다고 난리다.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을 운운하며 각국 정부는 내수확대와 해외시장 개척에 승부수를 던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재선에 성공한 오바마 대통령이 첫 해외 순방지로 동남아시아를 택했다. 그 중에서도 미 대통령으로서 최초로 미얀마를 방문한 것은 중국과의 정치적 헤게모니 다툼과 함께 잠재성장력이 큰 이 지역에서 경제적 이니셔티브(주도권)를 쥐겠다는 목적이 뚜렷했다.

우리는 대통령 선거를 불과 2주 가량 남겨놨다. 그런데 어디에서도 '성장'에 대한 목소리를 듣기 힘들다. 도전할 자신도, 성공시킬 전략도 부재하니 말만 꺼내기보다 현재의 부와 자원을 나누는 것으로 표심을 유혹하고 있다.
주식시장도 2000포인트선이 부담스럽다. 한국경제의 성장엔진을 논하는 이가 없으니 주가가 오르면 내다 팔기 바쁘다. 주요 증권사는 '2013년 증시전망'에서 2200포인트를 넘게 예측을 하기도 했지만 전망대 하단은 1700포인트 대까지 포진해있다. 한마디로 박스권이다. 그런데 경제구조를 보면 불행히도 한국은 박스권에 머물 수 있는 처지마저 안된다. 성장하지 못하면 추락이라는 의미다.

'인구ㆍ자원ㆍ기술'은 경제 주요 3대 축이다. 일본은 인구와 기술이 있었다. 1억명이 넘는 내수 시장이 존재했기에 그나마 20년을 망하지 않고 잃어버리는 수준에 머물렀다. 미국의 시대는 갔다고 쉽게 말하지만 미국은 3가지 요소를 두루 갖추고 있다. 인구와 자원을 보유한 중국은 기술면에서도 빠른 속도로 성장중이다. 한국의 현실은 어떤가. 기술 외에는 없다. 그나마 소수 대기업에 의존한 양태다. 독일, 일본처럼 소재나 부품 중기산업이 폭넓게 경제를 지탱해주는 것도 아니다. 독보적 기술을 가지고 해외시장을 개척하고 재화가 됐든, 서비스가 됐든 뭐든지 팔아서 달러를 확보하지 못하면 횡보가 아니라 절벽끝으로 내몰릴 수 밖에 없다.

한국 경제는 지금 새롭게 '도전'해야 할 시기다.

금융투자업계는 특히 그렇다. 60여개 증권사가 국내에서 아옹다옹하며 주식과 채권에서 수수료 빼먹기를 하던 시대는 이미 한참 전에 지났다. 증권사 CEO들도, 아니 대리급 직원만 되도 통감하고 있다. 정작 이 사실을 모르는 건 여의도 텔레토비 돔 안에 계신 분들이다. 친절하게도 투자은행업무는 위험하다며, 그리고 업계 '양극화'까지 운운하며 우물안에서 열심히 치고 박으라는 듯 하다. 사실상 통과가 무산된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이를 대변해주고 있다.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은 비서실장이 보고한 '외교정책' 리포트를 받아들고 "이것이 당신의 최선인가?"라고 물었다. 비서실장은 "좀 더 잘 할 수 있다"고 답변 한 후 보고서를 수정해 제출했다. 키신저 장관은 똑 같은 질문을 던졌고 비서실장은 세번이나 재검토해 보고서를 전달하며 "이것이 저의 최선입니다"라고 했다. 그 때서야 키신저 장관은 "그렇다면 이번엔 당신의 보고서를 읽어보겠소"라고 답했다.

지금 대선후보들과 정치권에 묻고 싶은 말이다. "지금 당신들의 경제공약과 경제정책, 이것이 최선입니까?"



박성호 증권부장 vicman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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