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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대선, 최선 아닌 ' 次惡' 택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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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수 국제부장

이진수 국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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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현지시간) 미국 대통령 선거의 최종 스코어는 332대 206.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승리로 끝났다. 전체 득표율은 오바마 대통령이 총 6190만7639표(50.5%)로 5864만8640표(48%)에 그친 밋 롬니 공화당 후보에게 가까스로 이겼다.

미 공화당에서는 정부를 기업처럼 경영해야 한다는 생각이 상대적으로 강하다. 민주당 내에 이런 생각을 갖고 있는 이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나마 공화당보다 덜하다. 미 일부에서는 법대 출신 오바마 대통령이 경영자 출신 롬니에게 이겼으니 국가를 자유경쟁시장으로 착각하지 않게 될 것이라고 평했다. 롬니가 고배를 마신 게 미국에 다행스러운 일이라는 것이다.
대공황을 야기한 대통령으로 지목된 허버트 후버(1929~1933년 재임), 2008년 금융위기의 원인을 제공한 조지 부시(2001~2009년 재임)는 공교롭게도 기업인 출신이다. 이들은 어떻게 국가경제를 위기로 내몰았을까. 정부를 기업처럼 경영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다. 기업이 정부보다 효율적이라고 본 것이다. 기업이 효율적으로 굴러가지 않으면 시장을 잃고 파산하게 마련이다. 민간부문에서 효율성이란 수익을 의미한다. 정부를 기업처럼 경영하는 것은 정부에 수익을 요구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러나 수익성이 있다고 사회적 가치도 있는 것은 아니다. 정부에 기업모델을 강요할 경우 수익성 없는 특정 기능은 국민의 안녕과 무관하게 모두 폐쇄해야 한다.

수익이 없지만 사회적으로 유용한 기능은 정부가 담당해야 한다. 군, 경찰, 병원, 소방서, 도서관, 학교에 사회적 가치가 없다고 주장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들 기관에 수익을 요구할 경우 존재할 수 없다. 해봐야 티도 나지 않는 국가사업일지언정 국민에게 따뜻함을 안겨줄 수 있는 일이라면 눈앞에 성과가 보이지 않아도 해야 한다. 국가운영에서 '공정'이라는 가치를 이끌어내야 국민 모두 희망의 미래로 나아갈 수 있다.

미국의 많은 유권자가 과거 롬니의 독특한 경영기법에 매료돼 거대하고 복잡한 미 연방정부라는 조직을 능히 경영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롬니는 투자컨설팅업체 베인캐피털의 수장으로 수익을 뽑아내는 데 뛰어났다. '경영의 천재'로 간주됐을 정도다.
월스트리트저널 기고가인 조너선 라스트는 "유권자들이 롬니를 대통령감으로 여긴 것은 그가 '반전의 대가', 천재적인 최고경영자(CEO)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적었다. 하지만 그는 "롬니가 자기 선거운동조직을 유기적으로 운영하지 못해 패했다"며 "이는 그에게 대통령 자격이 없었다는 증거"라고 지적했다. 일부에서는 롬니가 베인캐피털의 수장으로 한 일이라는 게 고작 수익 극대화를 위한 해고와 기업매각뿐이었다고 꼬집었다.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인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학 교수는 "성공한 기업의 CEO라고 성공적인 대통령이 될 수 없다"며 "성공한 기업인이라는 점 때문에도 그는 훌륭한 정치인이 될 수 없다"고 주장한 바 있다.

기업이익만 극대화하면 CEO의 행위가 민주적이든 독재적이든 모든 일이 합리화된다. 그러나 국가경영자가 독단이나 전횡을 일삼으면 국민이 참지 못한다. 게다가 대통령은 의회로부터 견제받으며 의회와 의견을 조율해야 한다.

우리나라 대선후보 가운데 한 명도 CEO 출신이다. 여기서 CEO 출신의 특정인을 거론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유권자들에게 국가경영과 관련해 이번 대선후보들 생각에 CEO의 논리가 숨어 있지는 않은지 살펴봐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다. 대선후보는 유권자들 앞에서 자기의 아이디어나 세계관을 제시한다.

이를 집약시킨 게 각자 내놓는 공약이다. 과거 우리 유권자에게 최선을 택할 기회는 없었다.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그저 차악(次惡)을 택할 수 있을 뿐이다.



이진수 국제부장 comm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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