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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추억에 잠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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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서울사진축제’ 21일 개막… 21명 작가들과 시민들의 서울이야기
내달 30일까지 운영… 첫 날부터 시민 발길 이어져

▲ 강남 고속터미널(1977, 전민조 作)

▲ 강남 고속터미널(1977, 전민조 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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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나석윤 기자] 소가 밭을 가는 1970년대 압구정의 모습, 전차와 버스, 자동차가 복잡하게 얽힌 옛 남대문로터리의 풍경, 강남 고속버스터미널 공사 당시 공터에서 벌어진 돌팔이 약장사의 차력쇼 광경.

사진을 바라보는 시민들의 눈은 어느덧 추억 속에 빠져들었다. 두 손을 꼭 잡은 채 사진을 바라보던 노부부의 미소에선 부족함 속에서도 따뜻하고 정이 넘치던 당시의 삶들이 피어올랐다. 연탄을 지게에 싣고 골목길을 오르는 모습의 사진 앞에선 모자(母子) 간 세월의 흔적도 드러났다.

서울이 추억에 잠겼다. 21일 제3회 ‘2012 서울사진축제’ 첫 날 서울시립미술관을 찾은 시민들은 지난 반세기 서울의 궤적을 돌아보는 타임머신의 첫 주인공이 됐다. 그들이 몸을 맡긴 타임머신의 주제는 ‘천 개의 마을, 천 개의 기억’. 1, 2부 테마별로 구성된 전시에는 21명의 사진작가와 시민들이 간직한 800여점의 서울이야기가 선보였다.

본전시 1부 주제는 ‘기억이 많은 도시-삶의 터전과 기억의 고고학’이었다. 이곳 사진에는 근대화와 산업화, 재개발, 재건축 등으로 지금은 찾아볼 수 없는 소소했던 삶의 단면들이 담겼다.
▲ 서울 중구 중림동 골목풍경(1990, 김기찬 作)

▲ 서울 중구 중림동 골목풍경(1990, 김기찬 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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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2년 종로구 견지동의 정겨운 골목풍경과 중구 중림동 골목을 누비던 골목대장들의 활약상, 가회동 초가집에 볏단을 얹는 모습들은 보는 사람들의 감성을 자극했다.

사진을 관람하던 대학생 커플은 “이게 서울이었어? 진짜 신기하다”며 웃었고, 중년의 한 수녀는 “1960~70년대 풍경이란 게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지금은 상상하기 어려운 모습들”이라며 “시간이 많이 흐르긴 했나 보다”고 말을 이었다.

1970년대 청계천변 판자촌 모습이 담긴 사진 앞에는 유독 눈을 떼지 못하는 시민들이 많았다. 다닥다닥 붙은 집들과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 아슬아슬하게 이어진 판자촌의 풍경은 어린시절을 회상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그런 추억 탓일까 중년 시민들의 두 눈은 어느덧 사진과 마주하고 있었다.

‘청계천에서 본 서울의 빛’을 출품한 안세권 작가는 바로 옆 벽면에서 “내가 기록하는 대부분의 이미지는 역사와 시간 속에서 존재했다가 사라지는 풍경화다”라고 말하고 있었다.

▲ 청계천에서 본 서울의 빛(안세권 作)

▲ 청계천에서 본 서울의 빛(안세권 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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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 재구성-그 때, 거기에 있었습니까’라는 주제의 본전시 2부에선 한국 근현대사의 주요사건을 표현한 사진들이 시민들을 맞았다. 대형벽면을 장식한 사진과 글귀는 반세기 한국이 지나온 길을 응축한 모습이었다.
여기에 서울지역 25개 자치구에서 준비한 지역별 사진들은 플래카드에 담겨 선보였다. 누렇게 색이 바랜 앨범 속 흑백사진과 접이식 앨범 안에 자리한 결혼식 장면에서 신랑과 신부는 수줍은 듯 미소를 보였다.

이 곳에서 만난 한 중년남성은 “우리 어렸을 때는 다들 저렇게 컸는데 지금 와서 보니 나 부터도 어색한 감이 있다”며 “뭔가 모를 낭만과 여유에 즐거운 마음으로 사진들을 감상했다”고 말했다.

바쁜 일상 속에서 각박한 하루하루를 살며 잊고 지냈던 서울의 모습과 그 때 그 시절. 곳곳에 고층건물이 즐비하고, 빈 틈 없이 들어 찬 도로 위 자동차들의 행렬에서 이곳의 사진들은 지금을 ‘기억의 위기’라고 말하는 듯 하다.

이를 말해주 듯 전시관 출구 벽면엔 ‘기억의 공간’이라는 저서로 유명한 독일 문화과학자 알라이다 아스만의 “우리가 기억을 소홀히 한다 해도 그 기억은 결코 우리를 놓아주지 않을 것이다”라는 말이 새겨 있었다.




나석윤 기자 seokyun19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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